▲문진선씨가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살풀이춤)를 추고 있다.
심규상
행사장에 들어섰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600여 명의 유족들이 자리를 메웠다. 벽면에는 '진상 규명' '명예회복' '박근혜 대통령은 민간인학살 해결하라'는 천글씨가 걸렸다. 애잔함을 더해주는 진혼무(살풀이품, 문진선)에 이어 술과 음식이 차려진 잿상에 축문을 올렸다.
"아버지! 가슴이 찢어지고 목이 메입니다. 평생 불러보지 못한 그 이름 '아버지', 생전에 효도 한 번 못해 본 게 천추의 한 이 되어 불효자는 이렇게 통곡하며 가슴을 칩니다...삼가 맑은 술과 음식을 받들어 드리오니 두루 흠향하시옵소서." 축문이 낭독되자 유족회원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다. 문씨도 눈시울을 붉혔다.
김광년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대표의장이 제상 앞에 섰다. 그는 "중단된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재개하기 위해 국회에 진실화해기본법이 상정돼 있지만 수년 째 통과시켜 주지 않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당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발족해 진상규명 작업이 시작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전국의 크고 작은 민간인 학살이 경찰과, 군, 그리고 이승만 정부에 의해 불법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0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 법적 활동 기간이 종료되자 진상규명과 명에회복을 위한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김 대표는 "우리 유족들이 한 분 두 분 고령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유족들이 어서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인정머리 없는 정부가 야속하다"고 성토했다. 김 의장은 "영령님들이 이 땅에 평화와 인권이 정착될 때까지 우리 유족회원들을 응원해 달라"고 축원했다.
"개나 고양이가 죽어도 묻어 주는데...이게 나라 맞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