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00일 범국민 추모대회'를 마친 유가족과 참가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4·16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것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관광지에서 배를 출발시킬 때 인원수를 정확히 제한하는 것을 보니 바뀌는 것이 있긴 있었다. 장비 점검도 이뤄질 것이다.
그런데 핵심은 '판'을 바꾸는 일이다. 우리 재난안전가족협의회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안전점검 한 번 하고 마는 게 아니라 사회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우선 재난에 대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원칙을 바꿔야 한다. 구조와 복구에 중심을 두는 게 아니라 예방과 근절이 우선이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에 대해 대비책을 만들고, 시간과 재정이 들어간다고 할지라도 사전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을 탓할 일이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재난 안전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둘째, 참사 책임자들의 처벌규정을 강화해 안전을 소홀히 하는 풍토를 아예 근절해야 한다. 실제 인적 과실이 아니더라도 사전 안전대책을 소홀히 한 것도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 한편으로는 책임에 상응하는 권리와 통제권을 실무자들에게 줘 정치 권력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주로부터 이들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셋째, 진실규명에 따르는 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 진실규명이 필요한데, 진실규명의 단초는 정보에 있다. 안전에 관련된 정보가 성역 없이 공개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의무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재난 참사는 개인이 떠안아야 할 문제가 아니다. 안전이 국가와 지방단치단체의 책임이라는 것을 천명해야 하고, 그것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지금까지 나는 재난안전가족협의회에서 활동하면서 참사에 대한 조사와 피해 유가족의 요구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난 안전을 위한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재난과 참사가 벌어지면 유가족들은 어찌해야 할지 알기 어렵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럴 때 재난안전을 위한 독립기구가 유가족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고, 유가족이 진실을 알기 위한 지난한 싸움을 할 때 옆에 서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을 조직한다면 참사의 원인 발생 및 문제 해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지난 10일, 존엄과 안전을 위한 인권선언 운동이 제안됐다. 우리 유가족들이 느꼈던 아픔 그리고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모두의 권리로 함께 논의되고 선포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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