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던 중 잠시 목청을 가다듬고 있다. 2014.12.1
연합뉴스
'정윤회씨 국정개입 동향 보고 문건'(정윤회 문건)의 유출 경위를 놓고 청와대 내부에서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자체 감찰 결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문건 유출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지만, 감찰을 받은 청와대 행정관은 해당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또 청와대가 문건 작성과 유출의 모든 책임을 조 전 비서관에게 돌리기 위해 무리한 감찰을 벌였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잡음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주모자로 조응천 전 비서관 지목청와대는 11일 '정윤회 문건' 유출 경위와 관련해 홍보수석실 오아무개 행정관을 감찰한 결과를 공개했다. 오 행정관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과 함께 조응천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재직할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함께 일했다. 이후 홍보수석실로 옮겼다가 이달 초 청와대 내부 감찰 대상이 되자 사표를 낸 상태다.
청와대에 따르면 오 행정관은 지난 6월 유출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문건을 촬영한 사진 100여 장을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에게 가져와 '감찰을 통해 문건을 회수해야 한다'라고 알렸다. 하지만 당시 오 행정관은 사진의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후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후 청와대가 다시 조사에 나섰고, 이때 오 행정관은 사진의 출처가 조 전 비서관이고 그의 지시에 따라 정호성 비서관에게 사진을 가져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 행정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술서에 확인 서명은 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부산 벡스코 미디어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월 오 행정관이) 사진 100장을 가져와서 조사를 해보라고 했지만 그 출처를 밝히지 않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이번 감찰에서는 오 행정관을 상대로) 누구로부터 사진을 받았는지를 조사했는데 조응천 전 비서관의 이름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종합하면 지난 4월 공지기강비서관실 작성 문건 유출 사실이 알려진 후 자체 감찰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유출자로 의심을 받자, 조 전 비서관이 오 행정관에게 지시해 문건 유출이 '제 3자'에 의해 일어난 것처럼 자작극을 꾸몄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이 전·현직 청와대 직원,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 등과 '7인 모임'을 통해 문건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최근 검찰에 이 같은 감찰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행정관, 청와대 주장 반박... 진술 강요 등 '강압 감찰'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