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유출' 둘러싼 볼썽 사나운 진실게임

청와대는 조응천을 주모자로 지목... 당사자들 대놓고 반박 "강압 감찰"

등록 2014.12.11 15:52수정 2014.12.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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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던 중 잠시 목청을 가다듬고 있다. 2014.12.1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던 중 잠시 목청을 가다듬고 있다. 2014.12.1 연합뉴스

'정윤회씨 국정개입 동향 보고 문건'(정윤회 문건)의 유출 경위를 놓고 청와대 내부에서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자체 감찰 결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문건 유출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지만, 감찰을 받은 청와대 행정관은 해당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또 청와대가 문건 작성과 유출의 모든 책임을 조 전 비서관에게 돌리기 위해 무리한 감찰을 벌였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잡음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주모자로 조응천 전 비서관 지목

청와대는 11일 '정윤회 문건' 유출 경위와 관련해 홍보수석실 오아무개 행정관을 감찰한 결과를 공개했다. 오 행정관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과 함께 조응천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재직할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함께 일했다. 이후 홍보수석실로 옮겼다가 이달 초 청와대 내부 감찰 대상이 되자 사표를 낸 상태다.

청와대에 따르면 오 행정관은 지난 6월 유출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문건을 촬영한 사진 100여 장을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에게 가져와 '감찰을 통해 문건을 회수해야 한다'라고 알렸다. 하지만 당시 오 행정관은 사진의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후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후 청와대가 다시 조사에 나섰고, 이때 오 행정관은 사진의 출처가 조 전 비서관이고 그의 지시에 따라 정호성 비서관에게 사진을 가져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 행정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술서에 확인 서명은 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부산 벡스코 미디어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월 오 행정관이) 사진 100장을 가져와서 조사를 해보라고 했지만 그 출처를 밝히지 않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이번 감찰에서는 오 행정관을 상대로) 누구로부터 사진을 받았는지를 조사했는데 조응천 전 비서관의 이름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종합하면 지난 4월 공지기강비서관실 작성 문건 유출 사실이 알려진 후 자체 감찰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유출자로 의심을 받자, 조 전 비서관이 오 행정관에게 지시해 문건 유출이 '제 3자'에 의해 일어난 것처럼 자작극을 꾸몄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이 전·현직 청와대 직원,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 등과 '7인 모임'을 통해 문건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최근 검찰에 이 같은 감찰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행정관, 청와대 주장 반박... 진술 강요 등 '강압 감찰' 주장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유출'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유출'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유성호

하지만 감찰 대상자였던 오 행정관은 청와대가 밝힌 감찰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진의 출처로 조 전 비서관을 지목하지도 않았고,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을 주도했다고 인정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오 행정관은 이날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1일 7시간 반 동안 특별감찰반의 조사를 받았는데 '문건 작성과 유출은 모두 조 전 비서관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만 계속했다"라며 "'문건 작성과 유출은 조 전 비서관이 주도했다'는 내용의 진술서에 확인 서명을 강요했지만 끝까지 거부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청와대가 조 전 비서관에게 문건 유출의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거짓 진술을 강요하는 등 강압적인 감찰을 실시했다는 주장을 내놓은 셈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민경욱 대변인은 "특정 표현에 대해 그 누구도 그랬다, 안 그랬다(라고 하는 것은) 위험한 답이 되기 때문에 답하지 않겠다, 구체적 표현에 대해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도 '7인 모임'의 실체는 없으며 청와대가 꾸며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7인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진 적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청와대가 '조속한 문건 회수' 건의를 묵살하고 사실상 직무유기를 했다는 게 조 전 비서관의 입장이다.

정국에 큰 파문을 몰고 온 '정윤회 문건' 유출 경위를 놓고 청와대와 전·현직 청와대 직원들이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어 그 진위는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의 감찰 결과를 감찰 대상자들이 대놓고 반박하고, 청와대가 다시 대변인을 통해 재반박하는 볼썽사나운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청와대는 이미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조응천 #민경욱 #정윤회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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