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전력사용량이 급증해 전력 수급 '관심'경보가 발령된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관제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수정 : 12일 낮 1시 8분]전기를 경제적으로 생산해 국민에게 안전하게 공급할 책임이 있는 정부의 전력 수급 시스템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절전을 강조하면서 정작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돕는 전산시스템인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 온 것이다. 이 때문에 낭비된 전기요금만 연간 8000억 원이 넘는다.
발전사업자들, 전력거래소 전기 공급 지시 '무시'감사원은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거래소의 전력계통운영시스템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전력거래소에서 전력계통운영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늘어난 발전 비용이 연간 약 8400억 원에 이르고, 발전사업자들이 전력거래소의 전기 공급(아래 '급전') 지시를 따르지 않아 발생한 비용만 연간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늘어난 발전 비용이 대부분 전기 요금에 전가되는 걸 감안하면, 국민 1인당 매년 1만7000 원 정도 더 부담한 셈이다.
전국 356개 중앙 발전기 가운데 25%는 자동으로 급전 지시를 받을 수 없어 전력거래소에서 수동으로 급전 지시를 하는데, 감사원 조사 결과 이를 충실히 따르는 발전소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발전 사업자들이 전력거래소 지시와 달리 연료비가 비싼 석유, 천연가스 같은 고비용 발전기를 더 많이 돌리는 바람에 하루 8억 1000만 원씩 연간 2956억 원의 발전 비용을 낭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력거래소는 지난 2006년 9월 이후 지금까지 8년 동안 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에서 '주의' 조치를 받았다.
전력거래소의 EMS 운영도 반쪽짜리였다. 전체 발전기 34%를 차지하는 원전 등 고정 운전 발전기 발전량은 직원이 별도로 입력해줘야 최적화된 급전 계획을 짤 수 있는데, 2007년 이후로 이를 중단한 상태였다.
감사원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을 적용해 계산한 최소 발전 단가(78.87원/kWh)와 2013년 전력거래소 발전 단가(81.43원/kWh)를 비교했을 때 발전 비용을 연간 8422억 원 더 줄일 수 있었다고 추정했다. 여기에는 앞서 수동 운전 발전기의 급전 지시 미이행과 고정 발전량 미입력에 따른 발전비용 증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전력거래소에서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와 MOS(시장운영시스템)를 묶어 급전 지시를 해오면서 복합발전기 자동발전제어(AGC) 운전 범위에서 오차가 발생해 발전 비용이 매일 2800만 원씩 매년 102억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한 예비력 확보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력거래소는 전력 수요 변동에 대비해서 일종의 여유분인 '주파수 조정 예비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기준치 150만kW(킬로와트)보다 32%나 많은 평균 198만kW(2014년 1분기)를 확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력을 1만kW 낮출 경우 전력 생산비를 매년 70억 원씩 줄일 수 있는 걸 감안하면, 매년 3360억 원 정도를 낭비한 셈이다.
또 이같은 주파수 조정 예비력 확보 때문에 손해보는 발전사업자에게 이른바 '주파수 조정 서비스' 대가를 제공하는데, 이때 실제 발전 실적을 기준으로 삼지 않아 2013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5개월간 25억 7000만 원을 과다하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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