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실 저 이제 핸드폰 없어요. 어제 박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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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뗀다.
"뭐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에요. 제가 다섯 살에 같이 살게 된 엄마예요. 그 후로 아빠와 엄마 사이에 태어난 제 동생도 있고요.""음......""그런데 몇 달 전, 제 친엄마 연락처를 알게 됐어요. 연락처를 알고, 가끔 연락을 하게 되었어요. 정이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연락을 자꾸 하게 되더라고요. 몇 번 만나 밥도 같이 먹었고요. 그런데 어제 아빠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한희는 그렇게 말을 하고 또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점심시간도 끝나가고, 조급한 마음에 한희를 재촉했다.
"그래서?""그래서요. 아빠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면서 핸드폰을 반으로 부숴 버렸어요."한희는 자기 마음이 반으로 부러진 것을 핸드폰이 부러졌다고 한 것 같다. 오랫동안 자기 마음을 내색하지 않는 버릇이 되어서인지 자기 마음 다친 것은 나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한희야, 엄마와 연락 끊길 텐데. 그건 안 아파?"한희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엄마는 어차피 연락 안 하던 사람인 걸요. 그리고 새엄마도 저에게 잘해주시고, 아빠도 잘해주는데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그런 대답을 하는 한희에게 뭐라 말을 할 수 없다. 분명 엄마가 끌릴 텐데, 현재를 걱정하며 살 수밖에 없는 한희가 안쓰럽다. 현재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사는 열여섯 한희가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며칠 전에 우연히 선물 받은 책 한 권이 떠오른다. 그의 손에 책 한 권을 들려 보낸다. 이금이 작가가 쓴 <청춘기담>이라는 책이다.
"한희야, 이 책 읽어봐라. 볼 만해.""네."종소리와 함께 등을 돌리며 도서실 문을 열고 가는 한희에게 한마디 한다.
"한희야,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말하고 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들어줄 수는 있으니까. 알았지?"뒤돌아보지 않고 '네'라는 대답만 남기고 가는 한희의 뒷모습에 한없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한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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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엄마에게 연락했다고, 아빠가 핸드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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