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의 살 길은 자정과 쇄신 뿐...
이정민
# 대한불교 조계종의 위상을 초라하게 만드는 선거풍토, 계파정치, 종회의원 폭력 등의 문제 # 출가 수행자를 불신과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비민주적인 종단과 사찰운영, 비인격적인 언행, 불투명한 재정, 무절제한 고급 승용차, 비불교 수행자적인 물질적 풍요와 편리추구 등의 문제
# 불교종단과 수행자를 국가권력의 종속화, 세속화의 늪으로 빠뜨리는 물질적 풍요와 편리의 대형불사를 위해 온당치 못한 방법으로 재정을 만드는 등의 문제지난 2011년 12월 7일, 도법 스님이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를 추진하며 조계종 종정 스님에게 보낸 공개질의서 내용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조계종 현재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송담 스님 탈종-종회 선거 타락-간부 스님 음주... 길 잃은 조계종지난 9월, 대한불교 조계종의 큰 법맥이었던 송담 큰 스님(인천 용화선원 원장)의 탈종 선언이 있었다. 평생토록 간화선 수행을 하며 침묵을 지켜오던 송담 스님의 탈종은 불교계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관련 기사: '큰 스님' 송담 스님, 탈종 선언... 불교계 '충격')하지만 이런 사태에도 조계종은 잇따른 상좌 스님들의 탈종을 '멸빈'(승려의 신분 박탈) 징계로 맞대응 했다. 그리고 10월에는 '청정한 바른 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공동대표 우희종 서울대 교수)이 탈종을 하는 '활'을 던졌다.
이어 치러진 조계종 중앙 종회의원 선거에서는 폭력, 성희롱, 횡령 등 범죄 행위로 형을 선고 받았던 일부 스님이 후보자로 나와 논란이 됐다. 선거가 끝나고도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심지어 7선으로 내리 당선된 영담 스님은 중앙종회 16대 개원종회 임시의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도 못하고 초재선의원들에게 막말을 듣고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관련 기사: 돈�권력의 노예됐다...부처님만 놔두고 다 바꿔야)그럼에도 여전히 조계종은 수난과 악재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최근 언론 기사에 따르면 자승 총무원장의 상좌 스님격인 총무원 간부 스님이 음주 운전을 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이 스님은 혈중 알콜 농도가 운전면허 취소 수치를 훨씬 넘었다. 그야말로 일상의 도를 넘은 스님의 파계 행적이었다.
더욱이 이 음주 사건은 작금의 조계종 상황을 볼 때 더욱 치명적이다. 이유인 즉슨 자승 총무원장이 최근 조계종 성역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역사문화관광자원조성과 10.27 법난 사건을 되새겨 대형 기념관 건립을 진행하는 것.
이 두 사업은 국민의 혈세가 지원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조계종 중앙권력 내부에서는 타락된 일상과 권력 암투가 끊임없이 횡행하고 있는데 과연 국민들이 이 성역화 작업을 곧이 믿고 따라줄 수 있을까.
자승 스님 취임사 중 소통과 화합은 어디에?"우리는 진정한 소통과 화합 없이 평화와 발전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불교는 이제 사회와 소통하며 화합의 단초를 마련하고 무한한 사회적 책임을 통해 우리 민족과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자승 스님은 지난 2009년 공식 취임을 하며 유독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자승 총무원장 취임 후 조계종은 잇따른 분열과 갖가지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다. 오죽 했으면 자승 총무원장 퇴진이란 입방아가 매해 줄을 이었을까
(관련기사: 조계종에 비린내 진동... 자승 총무원장 퇴진해야").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최근 재가불자의 입장에서 조계종 탈종을 선언하며 현 자승 총무원장 체계를 서슴없이 비판했다. 우 교수는 총무원장에게 집중된 종단권력을 비난했다. 그리고 정치판으로 변질된 총무원의 쇄신을 주문했다. 또한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권다툼과 폭력 등의 정치적 범죄 행위를 꾸짖었다.
우 교수는 현 조계종단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돈과 권력에 눈 먼 현 총무원으로 말미암아 선종이라는 불교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조계종 중앙권력이 한낱 종교장사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성토했다. 더 나아가 우 교수는 종단 운영의 파행에 책임을 지고 자승 총무원장 스님의 참회를 요구했다. 사실상 퇴진을 암시한 것이다.
신도 잃고, 불심 잃은 조계종...자성과 쇄신만이 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