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종류의 살아있는 ‘활어’ 위판으로 해외에도 잘 알려진 노량진 수산시장.
김종성
조선 한양의 사대문 안에는 조선 정부가 관리하던 시전(市廛)이라는 시장이 있었다. 여기에 어물전도 있었다. 시전 어물전의 해산물은 서해에서 한강을 타고 들어온 어선들이 주로 공급하였다. 한강 중에서 한양 근처를 흐르는 강을 경강(京江)이라 하였는데, 이 경강의 포구에 어선들이 들어오면 포구의 상인들이 해산물을 구입하여 시전으로 넘겼다. 경강 포구의 시장을 경강시장, 포구의 상인을 경강상인이라 하였다.
경강시장이 선 포구는 용산, 마포, 서강, 양화진, 노량진, 동작진, 서빙고, 뚝섬, 송파진 등이었다. 이 경강의 포구에서 거래되던 물품이 해산물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해산물이 서해안에서 들어왔으므로 경강 하류 쪽 포구에서 특히 거래가 많이 이루어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노량진수산시장의 뿌리를 찾자면 조선의 이 경강시장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경강시장은 구한말 교통의 변화로 쇠퇴하였다. 1899년 제물포와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이듬해 경성역까지 연장되었다)이 놓인 게 결정적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경성에 수산물 도매시장이 처음 선 것은 1905년이었다. 경성역 앞에 있었으며, 이름은 경성수산시장이었다.
이후 히노마루수산시장과의 합병하고, 용산수산시장, 경성어시장 등과의 통합을 거쳐 1927년 경성부 수산시장이 되었다. 노량진수산시장 누리집에는 이 경성부 수산시장이 지금의 노량진수산시장 역사의 처음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후로 줄곧 서울역 근처에 있다가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은 1971년의 일이다. 2002년부터 수산업 협동조합이 시장을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맛있게 이용하는 몇 가지 비결 노량진 수산시장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바다 내음으로 가득하다. 비릿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풍겨오는 게 어디 바닷가 포구에 온 듯 착각이 들게 한다. 그 냄새를 따라 가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풍성한 수산물 천국이 나온다.
숙성을 거친 선어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과 달리 살아있는 활어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싱싱한 횟감을 고르려는 시민들과 걸쭉한 목소리로 손님과 흥정을 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마치 활어처럼 팔딱팔딱 활기차다.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대도시 속 이채롭고 정겨운 재래시장이기도 하지만, 치열한 삶의 터전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 수산시장은 서울에서 가장 큰 '생선가게'이자 '횟집'이기도 하다. 보통 경매가 이뤄지는 오전 1~5시 사이가 도매상인을 위한 시간이라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그리고 늦은 밤까지는 싱싱한 횟감을 찾아 나선 손님들을 위한 시간이다. 직접 고른 생선, 해산물을 바로 회나 매운탕, 찜, 구이를 해먹는 즐거움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으니 찾는 이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
홍해삼, 말전복, 세발낙지 등 바다가 그대로 느껴지는 평소엔 보기 힘든 해산물도 실컷 구경하고, 푸짐한 해산물 먹거리를 앞에 놓고 시끌벅적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 시장은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돼 언제든 찾아도 헛걸음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