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하우징매니저 양성과정 중 조별토의를 하고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
개발과 성장에만 중점을 두었던 한국의 주택정책 역사를 보면 지금까지는 주택의 유지, 관리보다 공급과 소유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거주지를 온전한 내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 '거쳐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커 상대적으로 주택 관리에 소홀했다.
현재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3%(통계청 2013. 신주택보급률)가 넘지만 여전히 주거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살 수 있는 집'도 '살고 싶은 집'도 없기 때문이다. 멸실주택(건축법상 주택의 용도에 해당하는 건축물이 철거 또는 멸실된 주택)의 건축 후 평균 사용연수를 비교해 봐도 영국 77년, 미국 55년 등에 비해 한국은 27년으로 현저하게 떨어진다(국토교통부 2013년).
국가 차원의 공인자격증인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이 있기는 하지만,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공동주택의 서비스 관리 역할만 할 뿐이다. 또 주택임대관리업과 관련된 법안이 올해 2월부터 시행되었지만 역시 대규모 단지의 주택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렇듯 대규모 공동주거 형태가 아닌 공유주택이나 그밖의 다른 유형의 주택관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크고 작은 다양한 형태의 공유주택들이 급속하게 늘었다. 지난 11월 6일 서울특별시의회에는 주거 분야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조례'가 상정되기도 했다. 협동조합형 주택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공유주택이 만들어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공유주택이라는 새로운 주거형태와 함께 등장한 소셜하우징매니저는 주택관리사와 달리, 입주민들의 공동 주거 생활이라는 '주거' 영역까지 관리한다. 기존의 공공주택이나 기숙사의 경우, 공동체 형성을 위한 별도의 장치가 없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거주하더라도 개인으로 흩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셜하우징매니저는 공유주택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공동체 안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계를 돕는 교육을 받는다.
소셜하우징매니저 교육은... |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소셜하우징 매니저 교육과정이 단순히 교양 교육이 아니라 실제 직업교육으로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황서연 팀장은 "현재 1기 수강생과 협동조합 상근자들을 중심으로 주택관리사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라며 "교육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던 건물의 보수, 유지 관리에 관한 부분까지 보완된다면 실제적인 직업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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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소셜하우징매니저 양성 과정을 진행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황서연(26) 팀장은 "앞으로의 주택관리는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하도록 물리적 조건을 유지, 보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적·사회적·경제적 관리까지 모두 포괄하는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며 "주택을 관리하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 상식들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커뮤니티 형성에 중요한 소통 방법이나 인적관리를 중점적으로 정리하여 교육 과정에 넣었다"라고 말했다. 주택관리의 기본 범주를 입주민에서 이웃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소셜하우징매니저 양성과정에서는 이론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실제 공동주거를 하는 상황을 가정해 '상황연구소'라는 토의 모임도 함께 진행하였다. 생활, 시설, 청소 세 가지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과 그에 따른 대처들을 토의해보는 자리였다.
이 모임에서 '청소'를 주제로 토론에 참여했던 수강생 최지희(23)씨는 "예전에 원룸에서 룸메이트와 둘이 살았을 때도 청소 문제로 갈등이 많았다, 토의를 거치다 보니 청소 문제가 아니라도 공동의 주거공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따라서 갈등사황이 발생했을 때 서로의 마음을 열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의 공동관리 촉진, 실제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