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가 가족에게 수화가 아니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장면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트라이브스(Tribes)>은 청각장애인 빌리를 정상인처럼 살게 하고픈 바람에서 수화를 가르치지 않은 부모의 소신이 진정 올바른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원하든 아니든 태어남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부족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신념과 가치관을 전달받는 게 옳은 일인지, 나아가서는 그렇게 형성된 일률적인 가치관이 오히려 가족의 소통을 방해하고 있진 않은지를 묻고 있다.
극은 가족과 소통, 표현수단으로서 언어가 갖는 한계 등의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빌리에게 끼친 가족의 강력한 영향력과 불통(不通)의 탈출구를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빌리의 변화는 수화통역사인 실비아와의 사랑에서 비롯된다. 들뜬 마음으로 저녁식사에 실비아를 초대한 빌리는 구순술에 서툰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 애쓰는 가족의 모습을 보고 지금껏 배려 받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마침내 빌리가 가족에게 수화가 아니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이제까지 침묵해오던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빌리의 폭탄선언에 대한 가족의 생각과 실제 밖으로 내뱉는 말이 얼마나 다른지 자막을 활용해 연출한 장면은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빌리에게 "이해해"라고 말하는 동시에 자막으로는 마음으로 생각한 "이해 못 하겠어"가 제공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