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 세월호 참사 이후 돌아본 대형사고의 역사와 교훈>(박상은 지음 / 사회운동 펴냄 / 2014.09 / 6500원)
사회운동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의 박상은 작가가 1일 업데이트 된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 세월호 특집편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아직도 4명의 단원고 학생을 포함해 9명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은데 사람들은 벌써 세월호 문제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박상은 작가의 말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등 안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구조에 속수무책이었고, 온 국민에게 내상을 입혔다.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는 세월호 사고 후, 5개월 만에 발간되었다. 이에 대해 박상은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고,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몰랐다. 사회운동이 여기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괴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역사적인 맥락에서 봐야 해결책이 있겠다 싶었다. 이것이 정리가 되어야 다음 발을 내디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형사고를 많이 겪었지만, 특히 이번과 같이 어린 친구들이 희생된 것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그렇다. 세월호가 준 상처를 딛고 일어나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통시적인 정리와 분석을 통한 대책이 필요하다. 박상은 작가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안전위원회 안전대안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월호는 이미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다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는 이미 여러 가지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징후를 미리 잡아내고 대책을 마련했으면 참사는 막을 수 있는 것인데, 우리 사회가 그런 징후를 잡아낼 수 있는 규제를 강화해 간 것이 아니라 해체했기 때문에 세월호가 그렇게 허망하게 침몰했던 것이다.
1953년 1월 창경호 침몰로 300여 명 사망, 1970년 12월 남영호 침몰 326명 사망,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292명 사망... 약 20년마다 반복된 이들 사고의 원인은 '과적과 과승', '배의 복원력 상실'이었다. 그리고 서해 훼리호 사건 이후 20여 년이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유는 언제나 똑같았다.
서해 훼리호 사고 후, 정부는 과적을 검사하는 운항관리자를 일시적으로 증원했으나, 사고가 사람들에게 점점 잊힐 때 국가보조금은 다시 줄었다. 심지어 2005~2010년까지 6년 동안에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운항관리 업무예산을 줄인 것뿐만이 아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하게 선령규제를 완화하고, 선사와 선주의 책임을 줄이고, 과적을 묵인했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세월호는 이미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던 것이다. 10년, 아니, 1953년 창경호 침몰로부터 무려 반세기가 넘는 60여 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었다.
세월호 이전에도 한국에는 많은 붕괴 사고가 있었다. 준공 4개월 만에 무너진 와우아파트 붕괴(1970년)부터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부끄럽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사망자가 502명이나 되는 대형 참사로, 1000여 명이 사망한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사고(2013년)전까지 세계 건물 붕괴 사고 사상 최다 사망 사고였다.
원인은 부실 공사였다. 기업이윤을 위해 무너지기 직전까지 철근을 빼냈다. 지금도 건설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비율이 가장 높다. 그 비율이 낮아지지도 않고 있다. 안전수칙을 다 지켜서는 공사 기일을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물은 시멘트가 아니라 사람을 갈아 넣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윤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 몇 사람 죽는 일이야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다. 이윤이 중요하니까.
방글라데시의 라나 플라자 붕괴사고의 원인 역시 부실공사다. 비용절감을 위해 시멘트보다 모래를 더 많이 사용한데다가 당초 5층이었던 건물을 8층으로 증축했다. 사고 전날 건물균열로 조업중단을 했으나,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1~2층 은행과 상점 직원을 제외한 의류 노동자들은 정상출근을 하여 일제히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물이 무너졌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한국 기업인 영원무역이 OEM으로 노스페이스를 제작하고 있으며, 미국의 GAP을 비롯, 스웨덴의 ZARA, H&M 등의 유명 브랜드 옷이 생산되고 있다. 라나 플라자 사고 후, 스웨덴 본국의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클린 클로즈 캠페인이라는 이름 아래에 의류공정무역, 의류노동자지위향상 운동이 일어났다. 유럽 기업들은 최종 원청이 공장의 안전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방글라데시 화재 건물 안전협정'에 서명했고, 미국과 일본은 '방글라데시 노동자 안전을 위한 동맹'에 가입했다.
이 협정과 동맹은 안전문제 외에 최저 임금 등 노동자의 지위향상은 외면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나마 한국은 둘 중 어디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총에 맞아 죽어도, 건물이 붕괴되어 1000명의 노동자가 죽어도 한국 기업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인가 보다. 이게 다 그 놈의 '이윤'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한국기업은 제3세계 노동자들조차 세월호에 가득 태우고 있는 것이다.
대형 사고 후... 우리와 그들은 어떻게 달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