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지부와 두리발 콜센터지회는 두리발 공공성 확보, 경력직 콜센터 상담원 해고규탄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김철이
"콜센터에서 일을 하다 보면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전화가 많이 와요. 제가 자리를 비우면 다른 상담원이 그만큼 전화를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제조 공장을 다닐 때는 중간 중간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콜센터 같은 서비스 업종은 쉬는 시간 자체가 아예 없다는 걸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두리발 콜센터로 걸려오는 전화는 발음이 부정확한 뇌병변 장애인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출발지, 도착지를 제대로 알아듣고 그때그때 운행 차량과 동선, 거리, 시간을 생각해서 배차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야간은 낮에 비해 전화가 그리 많지 않지만 대신 민원이 많은 편이에요. 밤에 운행하는 두리발 차량은 2대밖에 없어서 연결을 해 드리기가 사실상 굉장히 어렵거든요. 야간에 걸려오는 전화는 보통 30~50콜 정도지만, 실제 기사님이 담당하시는 건수는 각각 5~6콜밖에 되지 않아요. 장애인분들은 두리발이 아니면 아예 이동 자체를 할 수가 없는데 그에 비해 차량은 너무나 부족한 상태인 거죠. 장애인분들은 차량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결국 어쩔 수 없이 취소 전화를 하세요." '두리발'은 1, 2급 중증장애인들의 이동권 보호를 위해 부산시가 2006년부터 운행하고 있는 장애인 콜택시다. 서울, 대구와는 달리 부산시는 두리발 콜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두리발 콜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부산택시조합이 다시 민간업체(TMKC)에 재위탁한 이중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콜센터 사무실은 그야말로 열악했다. 상담원들은 '닭장'이라 불리는 사무실에서 낮과 밤을 수시로 바꿔가며 줄곧 전화를 받았다. 별도의 휴식 공간은 없었다. 근무 환경이 이렇다보니 콜센터를 찾은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 상담 인력은 늘 부족했지만 제대로 충원된 적은 거의 없었다.
콜택시 상담원도, 장애인도 모두가 약자"전화를 받고 있는 동안에도 제 머리 위에서는 전화 벨소리가 계속해서 울려요. 모든 상담원이 통화를 하고 있지만 이 전화는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오고 있는 거예요."모든 상담원은 2대의 전화벨 소리에 반응해야 한다. 하나는 전 상담원에게 각각 할당된 전화로, 전화를 받고 있는 중이면 상대방에서 통화중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통화중이어서는 안 되는 '즉시콜'이다. 전 직원들이 쉼 없이 밀려드는 전화에 매여 있지만, 일손이 부족한 탓에 제때 받지 못하는 전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담 업무는 녹록지 않았지만 사회인으로서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장애인분들의 입장에서는 정작 전화 신호는 가는데 연결이 안 되니까 상담원의 업무 태만으로 오해하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해요. 헤드폰 너머로 '대체 무얼 한다고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았냐'는 식의 지청구를 듣게 되는 거예요. 저희 모두는 전화를 받느라 화장실도 제때 못가고 있는 상황인데 순간 억울한 감정이 드는 거죠."장애인들이 택시를 부르기 위해서는 수차례 전화를 해야 하고 기본으로 한두 시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차량 수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차량을 한정 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장애인뿐 아니라 독촉전화를 받는 상담원들도 마찬가지로 고되고 힘이 들었다. 콜센터 상담원은 모두 11명, 직원 한 명이 배차 업무를 전담하고 나머지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24시간 장애인들의 전화를 받았다. 시간별로 분담하고 나면 전화 상담 인력은 많아야 고작 4명 정도에 불과했다.
두리발은 지난해 12월, 차량 17대를 추가하여 현재 117대의 콜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지자체는 1, 2급 중증장애인 200명당 1대 이상의 장애인 콜택시를 의무적으로 운행해야 하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부산의 1, 2급 중증장애인은 현재 2만5000여 명에 달한다. 법정대수를 채우기에는 아직 부족한 데다 서울시 등에 견줘 이용 요금이 4배 가량 비싸고 경남 양산을 제외한 시외 지역은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두리발 콜센터 노동조합 결성 그리고 해고와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