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전면 실시하라"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동효자동주민센터 맞은편에서 전교조등 교육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이 무상급식-무상보육파탄위기해결과교육재정확대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희훈
어린이집은 여름과 겨울, 1주일 2회 방학을 한다. 유치원은 최소 2주에서 길게는 5주까지 방학을 한다. 직장인 엄마는 방학이나 평일에 부모 참관수업을 할 때 무척 곤란하다.
휴직하고 복직한 이후로는 회사 눈 밖에 나는 한이 있더라도 여름·겨울방학에 맞춰 휴가를 신청한다. 그러나 막 겨울방학에 맞춰 휴가를 썼는데, 또 돌아오는 봄 방학(3월 입학에 맞춰 2~3일을 또 쉰다)에 다시 휴가를 낼 수 없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냈다.
아무런 프로그램도 없이, 그래 봐야 대여섯 명밖에 안 되는 모든 연령의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두는 시설에 맡겨야 한다. 비용을 아끼느라 봄방학 때는 난방조차 미리 틀어놓지 않는 시설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악덕인 것도 결코 아니다. 그저 이게 현실일 뿐이다.
우리 동네가 특이한 건지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직장인 엄마가 많지 않다. 17~18명 정원인 한 반에 직장인 엄마는 3분의 1도 채 안 된다.
월말이 바쁜 업종에 근무하고 있으면서 매번 아이들이 방학을 할 때마다 말일, 그것도 12월 31일을 포함해서 휴가를 내기란 여간 눈치 보이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 엄마의 아이로 살아야 하는 쌍둥이는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방학을 시행하기 전 기관에서는 학부모에게 방학 시행 여부 및 방학기간의 보육 여부를 통신문으로 안내한다. 우리 아이들만 방학 때 나오기로 했다며 곤란해 하던 어린이집 선생님의 전화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것 같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대한 안 좋은 기사가 나올 때마다 직장인 엄마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혹여 나의 직업 때문에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불안에 시달린다. 직장인 엄마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전업맘'과 '워킹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드는 모든 정책과 매체의 기사들이 정말 유감스럽다.
대국민 복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차원의 무상보육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변의 도움 없이 온전히 엄마 혼자의 힘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은 회사에서 24시간 야근하는 일보다 더 힘들다. 그 사실을 알기에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전업주부의 행동을 탓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무상보육이 시행된 이후 직장인 엄마의 아이는 오히려 차별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직장인 엄마들은 모두 이유를 알고 있다. 하지만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이들은 현실을 모르거나, 모른 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무상보육은 시행됐지만 시설이나 교사의 처우 등등 보육 인프라 구축이 너무 열악하다. 직장인 엄마에게 무상보육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유치원에게 자체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국가가,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특히 야간보육이 절실하다. 오랜 시간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과 교사가 필요하다.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아이를 맡기고 싶지만, 직장인 엄마의 아이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 이 글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잘못된 정책에 대한 지적이자,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개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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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없는 무상보육... '워킹맘'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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