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자신이 모은 김소월 관련 책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구자룡 시인의 모습은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듯하다
이윤옥
그 은사님은 소월의 진달래꽃이나 읊고 있는 국문과 제자들이 별로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지만 이제 김소월은 누가 뭐래도 '국민시인'이다. 그러한 국민시인을 구자룡 시인은 일찌감치 알아보고 소월의 시를 흠모했다.
잔디 잔디 금잔디 / 심심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님 무덤가에 금잔디 /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도 /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린 구자룡은 선생님께서 동시 한편을 써오라는 지시에 고민하다 집에 있던 김소월의 "금잔디" 시를 자기가 쓴 시처럼 베껴낸다. 어린마음에 선생님이 설마 그걸 알까 싶었지만 그러나 선생님은 이내 알아차리고 구자룡을 불렀다. 야단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어린 꼬마에게 선생님은 야단은 커녕 "이 시를 베끼려고 얼마나 많은 시를 읽었겠느냐"라며 오히려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벌써 60년 전 일이다.
그러한 질긴 인연이 이번 전시회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구자룡 시인이 그간 모은 김소월 자료 1200여점은 시집을 비롯하여 영화포스터, 레코드 음반, 외국어 번역본, 연구서 등 실로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