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 덕산면 도중도 마당에서 광현당 초가지붕을 해일기에 앞서 이은현 도편수(사진 맨 왼쪽)를 비롯해 여러 어르신들이 이엉을 엮고 용고새를 틀고 있다.
이재형
초가지붕을 새로 얹는 일은 경험이 풍부하고 솜씨 좋은 어르신 8명이 손발을 맞춘다. 작업에 필요한 재료는 볏짚하나면 족하다. 하찮아 보였던 지푸라기들이 이엉이 되고, 용고새가 되고, 산내끼줄(새끼줄)로 쓰임새에 따라 변신한다.
마당 한 켠에 수북하게 쌓인 짚누리에서 가져온 짚단을 임재길 예산군 고덕면 상장리 반장이 '쓱쓱' 훑어내자 지푸라기 호애기(끝부분)가 올곧게 정리돼 생명을 얻은 듯하다.
초가지붕을 얹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이엉은 작업총감독인 이은현(고덕 상장리) 도편수를 비롯해 박정환(덕산 읍내리), 박문영(고덕 대천리), 유종호(고덕 구만리), 정기상(고덕 대천리)씨가 도맡아 엮어냈다.
가지런히 추려낸 짚단에 투박해 보이는 손길이 몇 번 교차하자 빗살모양의 이엉이 줄줄이 엮여 나온다. 초가지붕을 빙빙 둘러가며 덮는 재료로 이엉은 지붕의 전부이다.
지붕 맨 위 이엉이 겹치는 부분에 비가 새지 않게 덮는 용고새는 정교한 작업이다. 모양새가 용을 닮아 용마름이라고도 하는데 충청도 지방에서는 용고새라고 쓴다. 용고새 트는 일은 박천동(삽교 목리)씨 몫이다. 한참을 서서 지켜봐도 손놀림이 재서 그 순서를 알 수가 없다. 지푸라기를 한 움큼 쥐고 단단히 힘을 줘가며 양손이 위아래, 좌우로 교차하는가 싶더니 매끈한 용고새가 한 칸씩 길이를 더한다. 용고새는 흙담 위를 덮는 재료로도, 닭장 안의 둥지로도 쓰였다.
이엉을 엮던 이 도편수가 "이런 일이 쉬워 보여도 수십 년 경험이 있어야 하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할 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하는데 손은 쉴 틈이 없다.
지붕을 해이는 일도 간단치 않다. 임 반장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썩은새(작년에 올린 짚)를 걷어내고 군새(초가지붕의 썩은 곳을 파내고 덧끼워 질러 넣는 짚)를 둔다. 물매를 잡은 뒤 고삿매(새로 얹은 이엉이 흘러내리지 않게 30~40전 간격으로 매는 산내끼)를 맨다.
다음에는 이엉을 얹어야 한다.
임 반장은 "도리 위쪽을 기준으로 추녀부터 이엉을 두르는데 매듭끼리 맞대면서 촘촘히 덮고 각진 부분에는 귓짚(모서리 진 부분에 넣어 벌어진 틈을 채우는 데 쓰는 짚)을 넣어야 한다"며 "도편수가 전체 모양새를 봐가며 작업지시를 하는데 미끄럽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다"라고 설명한다.
한 해의 마무리이자 겨울맞이였던 초가지붕 해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