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비를 맞고 서 있는 소나무가 신비하기만 하다.
임재만
부소산은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 서 있다. 수피가 붉어 적송이라 부르는 소나무다. 내륙에 있다하여 육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소나무 사이로 심어 놓은 단풍나무가 너무 잘 어울린다. 사비성의 비원답게 산속 풍경이 걷는 이의 마음을 너무도 즐겁게 한다. 삼천궁녀의 비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군량미를 보관했던 군창지를 지나 반월루으로 향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가득하다. 마치 소나무 동산 같다. 소나무는 언제보아도 나무중의 왕처럼 기개도 있고 기품도 있다. 거북등모양을 한 소나무 껍질에서 강인함이 느낄 수 있고, 구불구불 휘어진 소나무 줄기에서 고난의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소나무는 언제 보아도 아버지처럼 굳고 어머니 같이 따뜻하다.
소나무 숲을 헤치고 반월루( 半月樓)에 들어섰다. 부여시내와 백마강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부여 시내는 높은 빌딩 하나 없이 나지막한 건물로 가득하다. 옛 고도를 말해 주듯 건물들은 낡았고 고색 빛이 완연하다. 차라리 저 아래 보이는 건물이 모두 한옥이라면 어떨까! 옛 고도에 어울리는 멋진 풍경이 될 것 같다.
반월루를 거처 부소산 제일 높은 곳에 세워진 사자루에 올라섰다. 이곳에도 소나무가 가득하고 고운 빛을 쏟아내는 단풍나무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푸른빛과 붉은 빛이 섞여 어찌나 아름다운지! 누구라도 그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영화 속의 주인공인 듯싶다. 사자루는 부여 임천면 관아의 정문이던 것을 1919년에 부소산 제일 높은 송월대로 이전하여 지으면서 이름을 개산루에서 사자루로 바꾼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