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내 나이가 어때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내 나이와 장애를 인지시키는 주변 사람들

등록 2014.11.21 18:16수정 2014.11.2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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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드디어 일하는 기관에서 1000포기가량의 김장을 마쳤다. 이전에는 2000포기를 밭에서 직접 뽑아서 잘라 절이느라 며칠 간 난리북새통이었다. 요즘은 절임배추를 받아서 하기 때문에 그냥 양념을 만들어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전 직원이 하니 하루면 충분하다.


지난주에는 한 해 교육과정의 무대발표회와 전시발표회를 동시에 했다. 때문에 리허설을 비롯해 예술의 전당을 대관하고 행사를 치르느라 바빴다. 가을에 어르신들과 국립극장의 전국합창대회와 뒤풀이로 경주 문화답사로 경주도 다녀왔다.

이제 곧 졸업... 다시 대학원에 가고 싶다

그 와중에 퇴근하면 사이버대학에서 예술경영학과 4학년 마지막 학기의 중간고사를 치렀다. 어떤 시험은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10문제쯤 남았는데, 중간에 컴퓨터가 다운되어 발을 동동 구르며 점수가 내려가는 것을 각오해야 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중간고사를 치르기 위해 필수인 공인인증서 USB를 기관에 놓고 퇴근한 적도 있었다. 다시 한밤중에 차를 돌려 기관건물을 관리하는 담당 선생님께 비상연락을 하여 캄캄한 건물 속으로 들어가 USB를 찾아오는 등의 법석을 치르기도 했다.

항상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치를 때마다 나름 준비한다고 했지만 미흡한 부분은 항상 나온다. 그래도 평균 성적은 상위권이라 국가장학금으로 다닐 수 있었다. 벌써 졸업학기이다. 이제 졸업하면 다음에는 무엇을 더 공부할까 생각하다가 대학원을 한 번 더 가기로 결정했다.


이전에는 원광대 대학원에서 서예문화학을 전공했다. 이제 다시 대학원을 들어가면 어느 학과로 가야할까. 대학의 사회복지학전공과 인권단체 활동, 그리고 지금하고 있는 복지와 예술 접목의 기획자 경험을 살릴까. 그러려면 사회복지학 계통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싫증 안 내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서예학을 할 지 고민했다.

후자로 결정해서 해당 대학원을 물색하다 보니 모교인 원광대학원은 등록금 50%의 장학혜택이 있는 반면, 내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학과가 없다. 그러나 대전에 있는 대학원은 등록금이 무척 세고 장학 혜택은 없지만 내가 집중해서 연구하고 싶은 학과가 있었다. 수업이 일요일에 자주 있어서 직장을 다니면서도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대전에 있는 곳을 가기로 했지만 접수가 지난 17일로 마감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후기가 있는지 학교에 문의해놓고 딸과 오랜만에 만나서 의논을 했다. 그랬더니 딸이 진지하게 말한다.

"엄마! 나이도 있는데 뭣 하러 그 힘든 공부를 계속 하려고 그래? 잘 생각해봐!"
"내 나이가 뭐 어때서?"
"아이! 엄마 그래도 대학원 다녔는데 또 다닐 여력이 있으면 여행 다니며 사는 게 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

내 삶은 나의 것... 나이가 무슨 문제?

공부하고 작품을 창작하다 보면 시간도 잊고 세월도 잊고 세상을 잊는다. 그것이 가끔 나보다 10살 아래의 사람들이 나를 자기와 비슷한 동배라 생각하고 반말을 하는 동안의 비결인지 모른다. 비싼 아이크림이나 마사지 한 번 하지 않고 살아도 나이를 잊고 몰두하면서 세월의 바다를 유유히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일까?

정작 나는 나이를 잊고 내가 장애란 것을 잊고 산다. 주변의 가족과 사람들이 내 나이를 인지시키고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강조할 때는 조금 씁쓸하다. 물질적인 어떤 것에 나는 내 시간과 에너지와 쌈짓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에 나는 투자하고 싶다.

내 나이가 뭐 어떤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데…. 선택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니 나는 다시 새내기가 되어 새 출발을 하는 설렘을 안을 준비를 차근차근하자고 다짐했다. 오늘 김장이 유난히 맛있다. 그 김장을 나눠주는 손길도 더 산뜻하고 피곤하지가 않다.
#청각장애인식개선 #만학의 학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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