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과 무어만이 같이 서 있는 이 사진 뒤로 '로봇가족(Family of Robot)' 중 하나인 '숙모(1986)'가 보인다. 이 사진은 지금 '강남문화재단 역삼1전시실(11월 23일까지)'에서 열리는 <백남준 에디션>에서 전시되고 있다. 임영균 사진 근접촬영.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소개한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세계 최초의 획기적인 쌍방형 위성아트로 "난 이걸 염라대왕 앞에 가서도 자랑할 수 있다"는 농담까지 할 정도로 백남준은 이 작품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다. 이 위성아트와 함께 또 하나의 연작을 선보였는데 그게 바로 '비디오 조각'으로도 불리는 '로봇 연작'이다.
1964년 처음 백남준은 로봇아트 'K-456'을 탄생시켰고. 이 작품은 1982년까지 살아 있었으나 휘트니전 홍보를 위한 해프닝 형식으로 해체했다. 그 후 1985년 후반부터 부모, 삼촌과 숙모, 조부모 등을 모델로 한 '로봇가족'을 시작, 2000년 이후까지 이어진다.
여기를 클릭하면 1986년 '로봇가족' 연작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이 80년대 이후 고가의 전자제품을 쓰다 보니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 이렇게 예술성과 상업성이 반반씩 뒤섞인 '로봇 연작'을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로봇에는 백남준의 멘토인 '케이지', 절친한 친구인 '보이스', 예술 파트너 '무어먼'뿐만 아니라 '단군'은 물론이고 고대 '기마 인간'에서 현대 '키치 인간'까지 다양하다. 그 뿐 아니라 동서의 철학자, 예술가, 과학자 등 예컨대 히포크라테스, 아인슈타인, 슈베르트, 데카르트, 쿠베르탱, 세종대왕, 채플린, 이태백, 정약용, 율곡 등도 등장한다.
그의 로봇을 본 관객들은 기계적인 전자 매체에 사람의 온기와 감정으로 옷을 입혀 놀라워했다. 그가 주장하는 '기계의 인간화'의 구현이라고 할까.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다. 탈춤에서 보는 생동감 넘치는 전통미와 서구 하이테크의 현대적 조형미를 융합했고, 익살스러운 유머 감각과 동심도 더해졌다.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해야 앞선다 "현대의 경쟁은 소프트웨어의 경쟁이다. 현대 회화가 룰이 있는 게임이라면 현대 무용은 룰이 없는 게임이다... 따라서 춤은 소프트웨어 속의 소프트웨어이다."-1986년 월간지<춤(11월호)>중에서 여기서 보듯 백남준은 모든 예술과 하이테크에서 소프트웨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사례로 현재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은 '구글'이고, 이 회사는 세계를 통으로 지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망한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에 서툴러서였을까. '삼성'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언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백남준은 인터뷰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반복한다. 92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관객과의 만남에서도 누군가 '예술의 미래 전망'을 묻자 백남준은 농담처럼 "전엔 냉장고, TV를 갖고 싶어 했고 이젠 집마다 자동차, 비디오도 있잖아. 이런 하드웨어가 다 있거든. 이젠 제대로 놀아야 하니까 그걸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해"라고 답했다.
소프트웨어의 정신은 무엇인가? 이에 관한 해석은 무궁무진하다. 정치적으로 투명한 민주 사회의 하이테크에는 유연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백남준은 우리가 오랫동안 유목민이었기에 국제적으로 팔 수 있는 예술은 무게 없는 음악, 무용, 무당 등 시간 예술뿐이라며 이를 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시간의 색채'라는 전시 글에서 "1915년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래 '비틀스'가 '슈톡하우젠(전자음악 창시자)'보다 더 존경을 받게 됐다며 앞으로 시대는 소프트한 비틀스 타입의 화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오페라 '3부작'으로 지구가 하나임을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