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헤엄치는 개복치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는 개복치의 모습. 성체로 성장하고 나면 천적이 거의 없지만, 3억 개의 알 중 성체까지 성장하는 개복치는 1~2마리에 불과하다. 힘든 생존싸움을 벌여야 하는 개복치의 모습에 누군가는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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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작은 아기 개복치의 꿈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개복치가 되는 것이다. 마치 부푼 꿈을 안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찬 우리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 번쯤은 장래희망 그리기, 장래희망 글짓기 등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꿈들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색으로 빛났고 순수했다. 선생님을 존경해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아이, 만화에 나오는 거대한 로봇에 반해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 멋진 옷을 입고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아이. 어린 개복치의 꿈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개복치가 되는 것이었고 어린 우리들의 꿈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개복치는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열심히 먹이를 먹었다. 우리들도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에서, 학원에서, 독서실에서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책들의 탑을 쌓아 올렸다. 마치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초반에는 작은 먹이들로 충분히 몸무게를 늘릴 수 있지만 나중에는 먹이를 먹는 것만으로는 게임 진행이 힘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어렸을 때에는 작은 공부로도 충분했지만 꿈의 질량이 커질수록 단순한 공부만으로는 힘들게 되었다. 개복치는 더 큰 성장을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났고 우리는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길들을 만나기 위해 미지로 발을 뻗었다.
하지만 개복치의 모험이 실패하듯이 우리들도 미지의 세상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혹은 실패가 아닐지라도 이 험난하고 고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대입에 실패하고, 단칸방에 살고, 취직에 실패하고, 비정규직으로 살고, 다수에게 차별받으며 살아간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개복치처럼 우리는 언제 어디서 실패할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아니 대부분은 실패를 경험한다. 고난을 겪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 이 세상을 작은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다. 핸드폰 액정 속에서 개복치가 돌연사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한 인생이 돌연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돌연사한 개복치를 이어 새로운 개복치가 탄생한다. 새로운 꿈을 갖고 다시 먹이를 먹고 다시 모험을 떠난다. 비록 험난한 사회 앞에 우리는 실패를 겪었지만 다시 일어선다. 실패를 딛고 새로운 내가 되어 새로운 꿈을 향해 다시 도전한다.
누군가는 큰사람이 되기 위해, 누군가는 꿈을 위해, 누군가는 우리 사회를 위해. 작고 연약한 인생들이 모여 우리는 실패할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고, 언젠가는 너를 이기고 말 것이라고 강하고 거대한 사회에게 외치는 듯하다. 아마도 우리는 화면 안의 개복치에게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개복치에게 보내는 죽지 말라는 기도는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까? 언젠가 저 푸른 바다를 유유히 헤엄칠 그 날을 기다리며 말이다. 그때까지 살아남아라 개복치! 힘내라 우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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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한 개복치, SNS에서 사인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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