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독을 묻어둘 원두막
최오균
이번 김장은 두 분 형수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아내가 감기 몸살로 김장하기가 무척 어려운 상태여서 연락을 드렸더니 이곳 경기도 연천까지 먼 길을 마다 않고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달려 오셨다. 김장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네팔 봉사를 함께 다녀온 정 선생님도 자기 일을 제쳐놓고 서울에서 연천까지 왔다. 세상은 이래서 또 살맛이 나는 모양이다.
네팔 봉사활동으로 집은 비운 뒤 거의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썰렁한 기운이 느껴진다. 집은 역시 사람이 살아야 온기가 있다. 더구나 심야 전기를 사용하는 보일러인지라 보일러를 가동 시키려면 밤 11시 이후에나 가능해 실내 기온은 한 겨울이었다. 우리는 두꺼운 옷을 껴입고 김장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도 친구 응규가 두 번이나 집을 방문해서 화초에 물을 주어 화초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콩은 꺾어서 묶어 세워놓고 비닐을 덮어 두었는데, 콩이 튀어서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 무는 부직포와 비닐을 덮어 씌워 두어 어는 것을 방지해 놓았다. 또 김장김치를 묻을 원두막에 볏짚마람을 엮어 덮어두기까지 했다.
언제나 고마운 친구다. 그가 아니면 누가 이 최전방까지 와서 이런 일을 해주겠는가. 100명의 술친구보다 한 명의 진실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