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담' 외치기 전에 4대강부터 돌아보라

[주장] 4대강 공사 담함 또 적발... 예산 낭비, 환경파괴 '총체적 난국'

등록 2014.11.13 18:28수정 2014.11.13 18:29
0
지난 9일 4대강 공사의 담합이 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9~2010년 사이 수자원공사가 발주한 4대강 2차 턴키 공사의 6개 공구 중 낙동강 17공구, 금강 1공구, 한강 17공구 등 3개 입찰에서 7개 건설사들이 사전에 투찰 가격과 들러리 참여 등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 건설사들에게 약 15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4대강 공사의 담합 적발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2년 6월에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강 1차 턴키 공사 입찰 담합 조사 결과에서, 상위 6개 건설사가 담합을 주도했으며 19개 건설업자가 공동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때도 공정위는 마찬가지로 이들 건설사에 모두 1천 115억여 원의 과징금을 내도록 했다.

담합 사실 자체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당시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묵인 내지 조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데 있다. 즉 1차 담합 적발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삼성물산은 정부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재판 과정에서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내에 4대강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다수 공구를 동시 발주하면서 건설사들이 공동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거나 묵인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후에 삼성물산은 이러한 주장은 자신들이 직접 한 것이 아니며,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측에서 정부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사실 4대강 사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정부의 묵인과 방조가 아니라 강요에 의해 참여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이익을 내지도 못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까지 때렸으니 속이 터질 것 같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4대강 공사에서 건설사들의 담합, 그리고 정부의 묵인 의혹은 이미 공사 초기부터 의심이 제기된 대목이다.

즉 사업이 시작될 무렵인 2009년 11월 당시 민주당은 4대강 사업 구간 중 낙동강 공구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20%가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 상고와 관련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정호열 당시 공정거래위원장도 공개적으로 4대강 사업 턴키 공사의 담합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그런데 이와 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불과 한달 여 후 업체의 자진신고나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에 진척이 없다'는 것으로 바뀌고 만다).

이러한 정부의 방조는 결국 후에 사실로 밝혀졌는데, 감사원이 2013년 4대강 사업 담합 의혹과 입찰 부조리를 집중 점검한 후 "건설사들의 호텔 회동 등 담합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국토부는 별다른 제재 없이 2011년 말까지 준공하기 위해 사업비 4조 1000억 원 규모의 1차 턴키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해 담합을 사실상 방조했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4대강 담합은 사기 업체들의 비리 수준을 넘어 국가 범죄 차원에 이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 이번에 적발된 담합으로 국가 예산의 손실규모가 14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이를 과징금과 비교할 때, 그 제재액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과징금 액수는 건설사들의 경영난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예산낭비가 어디 이 뿐인가.


잘 알려진 대로, 4대강 사업의 총 사업비는 22조 2269억 원이다. 또 공사 이후의 유지 관리비는 정부 추산 매년 2500억 원이다. 사업의 일부를 담당했던 수자원공사는 여기에 투자한 8조 원 때문에 4년 동안 이자 비용만 6700억 원을 물어야 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3250억 원을, 2012년에는 3558억 원의 빚을 대신 부담해 주었다. 이런 막대한 예산 투여에도 생태계 혼란을 비롯한 엄청난 환경 파괴와 수질 악화, 홍수 피해 등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차라리 2000억 원을 들여 모든 보를 해체하고 4대강을 공사 이전으로 되돌리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정부는 지자체 예산의 부담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무상 급식의 축소를 옹호한 바 있다. 불요 불급한 예산의 쓰임새가 어디 이 뿐일까. 노인 복지, 비정규직 지원 등 긴급하고 절실한 사회적 필요는 도처에 있을 것이고, 그래서 한 푼의 예산이라도 아껴서 꼭 필요한 곳에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22조 원 이상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인가.


지난 정부의 일이었다고, 정책 판단에 착오가 있었다고 어물쩍 넘어가도 되는 일인가. 이제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예산 낭비의 책임자들을 국정조사의 증언대에, 아니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 진실을 밝혀야 하고, 책임을 지워야 한다. 이것은 정부의 의무이고, 국민의 권리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필자는 현재 방송통신대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4대강 #4대강 예산 #4대강 오염 #4대강 담합
댓글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