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파업을 형사처벌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떨까.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산하 기구로 각 국가의 정부,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3자로 구성된 노사정기구) 제105호 '강제노동의 폐지에 관한 조약' 제1조 d항에 따르면, 동맹파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강제노동으로 보아 금지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의 '결사의 자유에 관한 글로벌 리포트'(Global Report, 2000)를 보면,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체포하고 구속하는 대표적인 노동권 침해 국가로 한국을 들고 있다. 당시 한국과 함께 열거된 국가들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중국, 콩고공화국, 코트디부아르,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 가봉, 기니, 기니비사우, 인도네시아, 레바논, 모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파라과이, 세네갈, 스와질랜드, 수단 등이다. 그래도 개선이 없자 지난 2004년 글로벌 리포트에서 한국을 비롯한 몇 개의 나라를 다시 '노동권에 대한 심각하고 급박한 침해가 있는 국가'로 분류해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도 2000년 이래 매년 그리고 국제연합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에서도 2001년과 2009년에 걸쳐 거듭 '폭력이 수반되지 않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과 관련된 다양한 행위'를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비폭력적 쟁의행위'를 처벌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위력을 행사하여 업무를 방해한 행위를 처벌하는 위력업무방해죄에 관하여 우리와 거의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폭행이나 협박 등 폭력적인 수단으로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한다. 비폭력 단순 파업은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 하지 않는 게 일본 내 학설 및 판례라고 한다.
일본 이외 현재의 유럽 각국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위법한 쟁의행위는 주로 손해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묻거나 징계 등을 내릴 뿐이다. 쟁의행위에 따르는 폭행·협박·강요·재물손괴 등은 각각 처벌의 대상이 되지만, 비폭력 단순파업은 업무방해죄 등의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히 노동을 거부하는 파업 행위는 채무불이행일 뿐 최소한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게 국제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을 하지 않는 단순파업도 업무방해죄인 '위력'에 해당한다면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 다만 예외적으로 주체, 목적, 절차,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을 따져서 처벌을 면해 주었다.
그러나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계속되고, 이런 대법원의 해석에 동조하는 노동법 학자가 거의 전무할 만큼 큰 비판에 직면해서인지 2011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14인의 대법관 중 3분의 2이상이 합의체를 구성하여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은 13인의 대법관이 재판부를 구성하고 판단하였다)로 판례를 일부 변경하기에 이른다.
'모든 파업은 무조건 위력에 해당하여 일단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지 않고, 전후 사정과 경위를 따지겠다, 노동조합의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서 그 때문에 사업을 운영하는데 그냥 혼란과 손해가 아니라,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와 같은 파업만 업무방해죄의 위력 행사에 해당하여 처벌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변경한 것이 그것이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이 당시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입각하여 '단순파업 행위는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낸 대법관은 안타깝게도 5인(김지형, 전수안, 이홍훈, 이인복, 박시환)에 불과하였다.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에서 사용한 언어만을 보면, '업무방해죄'를 엄격히 예외적으로만 적용하겠다 밝히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업무방해죄'는 여전히 살아남게 되었다.
21세기 관심법, 업무방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