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가 분향을 마친 후 유가족 대기실에서 단원고 엄마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단원고 엄마들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박호열
분향소 옆 유가족 대기실로 옮긴 간디학교 일행은 '세월호 영상'을 시청한 후 과일과 음료수 등을 마련한 단원고 엄마들과 마주 앉았다.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으로 천막은 심하게 흔들렸고, 찬바람이 연신 스며들어 왔다. '동혁이 엄마' 김성실씨가 유가족을 대신해 세월호 참사 이후의 경과를 설명하며 인사를 대신했다.
"지난 10월 31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는데, 부모들은 진실을 밝히기보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생각해요. 특검도 결국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그런 특검이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을까요? 제대로 된 특별법이라면 서명을 중지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더 서명에 박차를 가하려고 해요." 이어진 자기 소개 시간. 단원고 어머니 10여 명과 간디학교 아이들, 인솔 교사들은 인사를 한 후 담소를 나눴다. 인사를 하는 중에도 간디학교 이은혜(사회), 이지연(상담) 선생님은 연신 충혈된 눈가를 닦았다. 단원고 엄마들은 간디학교 학생들을 위해 밤새 만든 노란 리본을 아이들의 가슴에 달아 주었다.
이지연 교사는 "학생들이 밤새 질문 준비했다"고 전했지만, 정작 아이들은 쑥스러워서인지, 분향 이후 충격 때문인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을 지긋이 바라보던 단원고 엄마들은 "내 새끼 보는 것 같다, 아이들만 보면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연이 엄마' 윤경희씨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하면 치유되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만나면 마음이 풀어지고 편해지니 간디학교에서도 간담회를 했으면 좋겠다. 시연이 또래 아이들을 만나면 너무 힘들어 며칠 동안 마음고생을 하지만 엄마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단원고 엄마'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일행은 경기도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미술관 로비에는 '잠들지 않는 꿈'이라는 제목으로 단원고 학생 5명(김시연·박예슬·박지윤·빈하용·이장환·임세희)이 생전에 남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형, 누나, 오빠, 언니들이 남긴 작품이라 그럴까. 아이들은 동그랗게 눈을 모으고 작품을 하나하나 살피며 즉석 '품평회'를 하기도 했다.
흔적 그대로 남은 단원고 2학년 교실간디학교 일행이 단원고에 도착한 시간은 5시. 단원고 운동장은 텅 비어 있었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교실은 본관 3층에 1반부터 6반까지, 2층에 7반부터 10반이 있다. 일행이 올라간 2학년 복도는 세찬 바람에 창문이 거세게 흔들렸다.
2학년 10반 교실에 들어선 순간 아이들의 동공이 활짝 열렸다. 웃고 떠들며 활기가 넘쳐야 할 교실이 환하게 불만 켜진 채 텅 비었기 때문이다. 단원고 2학년 교실은 24시간 내내 불을 켜놓는다. 부모들이 매일같이 청소해 책상 위에는 먼지 하나 없고 바닥도 깨끗하다. 10반과 붙어 있는 교무실에서는 선생님들 목소리와 전화 벨소리까지 들려오는데, 정작 주인 잃은 책상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