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한 농업박람회... 내년이 더 기대된다

[관람기] 즉흥적으로 찾은 '2014 농업박람회'에서 '생명'을 생각하다

등록 2014.11.13 17:22수정 2014.11.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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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 살면서 농업박람회가 나주에서 열린다는 현수막을 도로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다.


또, 작년에 어린이집 야외활동으로 6살짜리 꼬마들이 단체로 관람한다 하여 아들 녀석을 보낸 경험도 있었다. 10월은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행사를 하다 보니, 그저 여러 행사 중 하나려니 생각하고 있어서,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찌어찌 인연이 되어 나주혁신도시로 이사 온 지 두어 달이 지났다. 그래도 나주에서 하는 행사이니 내가 사는 곳을 탐방해야겠다는 나름의 애향심으로 7살 아들을 데리고 차머리를 산포면으로 돌렸다. 지난 10월 29일의 이야기다.

차로 10분 거리. 늦은 가을이라 옷깃을 약간 여미는 정도의 선선한 날이었다. 평일(수요일)이라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기는 수월했고, 안내하는 젊은 요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주차장과 행사장 사이의 거리가 10분 정도로 아이와 함께 걸어가기 비교적 무난했다. 아이가  업어달라고 하면 슈퍼맨으로 변신해야 하는 아빠인지라, 적절한 도보거리는 힘들게 변신하지 않아도 되는 고마운 관람 요소이다.

음식을 파는 노천식당이 주차장을 따라 잘 정돈되어 있고, 행사장까지의 길도 곧게 나있어 행사장 입구까지 걸어가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게다가 곳곳에 안내요원과 해병대전우회, 그리고 경찰이 도로 양쪽에서 친절히 안내를 해줬다.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입구 바로 앞쪽에 빈 주차장이 있어 궁금해 물어보니, 장애인 주차장이 확보되어 있다 했다. 행사장 진입하는 데 한쪽으로는 도로 넘어 고가다리가 살짝 이어져 있어, 아이를 동반하고 행사장정문까지 큰 힘이 들지 않게 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각기 다른 테마의 10개 전시관... 다양한 볼거리 가득


10개의 테마관이 시계반대방향으로 구성 되어 있었다. 첫 번째가 아열대 식물원이었다. 입구에서 볼 때, 제주도 여미지식물원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들어가 보고 나니 크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구색이 갖춰져 있고, 구성이 제주도의 그곳과 못지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들 녀석도 재미없는 했는데, 처음에는 인상 쓰더니 이내 질문을 쏟아내며 놀이동산모드로 바뀌어 있었다.

아들이 출구 바로 옆 자판기에서 초코음료를 사달라고 했다. 아빠의 넉넉함을 발휘해 점수 좀 따려고 하나 사주고, 나도 앉아 커피를 한 잔하며 둘러보았다. 관람회장이 낮은 산을 끼고 있어 아래쪽으로 주차장, 그 너머에 황금 들판이 보였다. 그리고 나주 혁신도시의 마천루가 금성산을 배경으로 하늘에 뚜렷하게 획을 긋고 펼쳐져 있었다.


이어, 2관 농업예술관으로 들어갔다. 과수나 채소 및 화훼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검은 고추'가 눈에 유독 띄었다. 검은 대나무도 처음 보았는데 지나가는 어르신께 물어봤더니, '오죽'이라고 설명해 주셔서 멋쩍었다. '극락조'라는 화초가 있었는데 마치 조류 극락조의 모습이었다. '새가 화초를 닮았는가, 화초가 새를 닮았는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싱크로율 99%를 육박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타지방에서 오신 어르신들, 농촌지도사교육과정에 오신 분들, 중고등학생들 유모차대여해서 관람하는 엄마, 가족단위, 연인 등 사람이 참 많았다. 평일인데도 행사장은 활기찬 모습이었고, 전 세대를 아우르며 관람을 즐기고 있었다. 각 관람관이 독립적으로 있으면서도, 바로 연이어 배치되어 관람하기 편했다. 전체적으로 원형형태로 실내 관람관이 조성돼 있어 동선이 짧고, 햇빛 걱정 없이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3관 곤충산업관은 아들 녀석이 너무 좋아해서 열심히 쫓아다니며 어쭙잖은 설명을 곁들어주었다. 특히 메뚜기들의 종류별로 전시돼 있어 농작물과 해충의 관계에 대해, 꾀나 듣거나 말거나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또, 누에가 있었는데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고, 낮에 듣는 찌르레기 소리는 정말로 어린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오게 해주었다.

이어 4관 농업기술관 2층 우수농산물관에서는 해남에서 올라온 쌀가마 두 개정도 포개 놓은 듯한 호박에 눈길이 머물렀다. 농업기술관은 유기재배기술과 품종전시관이었는데 농사를 짓고 계신 분들은 관심이 대단했다. 아들 녀석은 스마트폰으로 엄마한테 보여준다고 사진작가 하듯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열심히 찍고 다니고 있었다.

농업홍보관은 시·군 농업기술 시범사업 우수사례를 전시하고 있었다. 생명농업관은 농업의 공익성 및 생명산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특히 GMO(유전자변형식물)의 폐해에 대한 전시물은 꼼꼼히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 있게 보았다. 지상에서 읽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곳에서 확인하니, 먹거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구체적인 연구사례로 1999년 미국 퍼듀대학 실험결과가 눈에 들어왔는데, "GM유전자가 조작된 물고기 한 마리가 40세대 내에 물고기 무리 전체를 전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모의실험 결과 발표"를 했다고 한다. GMO의 심각성을 알고나니, 로컬푸드(지역생산먹거리)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인식하게 됐다.

지역민에 도움 되는 장터 마련... 내년이 더 기대된다

중간 정도 돌고나니 배가 고플 때 즈음, 본관 뒤 향토음식판매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향토음식점에 들어가 앉아, 아들 녀석은 돈까스 7000원 나는 곰탕 6000원, 그리고 1000원짜리 음료수를 맛있게 먹고 나왔다. 행여 음식이 맛이 없으면 어떠할까 했는데 기우였다. 그곳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지역 향토음식점이었다, 곁에 전북원예고학생이 와서 점심을 먹었는데, 다들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계단을 따라 이어진 12관 농업미래관에서는, 중앙에 앉아 원형극장형태의 영상을 볼 수 있어서 아들 녀석과 함께 극장 안에 있는 것처럼 재미있게 감상했다. 이어서 4개의 부스에 독일의 유기농업, 쿠바의 유기농업, 일본 자연농업, 영국 유기축산에 관하여 게시물과 SBS환경스페셜 프로그램이 반복재생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발길을 멈추게 되었고, 대략 30분이상은 있었던 것 같다. 방송을 보니 농부가 직접 몸으로 동물과 땅과 식물과 인간을 아우르는 생각을 직접 실천하면서, 성공적인 재배를 하는 모습과 그에 대한 인터뷰였다.

이어서 ICT융복합 자동화기술을 전시한 곳으로 이동했다. "최근 인구증가, 도시화, 이상기후 등 악화되는 농업환경과 식량부족의 위기 속에 식물공장이 미래 식량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취지가 적혀 있었다. 즉, 미래에 식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과 그곳에서의 재배기술, 즉 인공빛 LED의 활용과 자동화기술 전반에 대한 미래상을 볼 수 있는 전시물이었다. 우리의 먹는 문제에 인류의 생존이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녹색축산관에는 축산물 가공제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농산업관은 신종농기계가 전시되어 있어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침 대운동장 주 무대에서는 마술공연이 있었다. 단체로 관람 온 어린이집 아이들과 중·고등생들이 정말 좋아했다. 매일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30분에 공연이 준비돼 있었는데, 정보도 없이 왔다가 공연을 보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아들 녀석이 매우 재밌어하니 그저 나도 좋다.

흔히 농업박람회라 하여, 그저 그런 작은 행사 중의 하나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질적으로 완성도가 높았다. 테마관의 위치가 시계형으로 배치되어 있어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었고, 무릎에 무리도 적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관람 가능한 주제였으며, '생명'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더욱이 입장료가 없다는 사실이 만족감을 더해 주었다. 내년에는 국제농업박람회로 더욱 확대된다하니 기대가 된다.

간만에 보기 드문 좋은 관람을 하게 되어 아들 녀석과 함께한 시간이 즐거운 추억이 됐다. 나주농업박람회의 질적 향상을 위해 입안, 기획 ,진행, 성공시키려는 수많은 정부관계자들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및 소방관계자들 해병대전우회, 지역주민의 봉사와 적극적 참여, 그리고 나주원예고학생들의 아낌없는 자원봉사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농업박람회 #나주 #빛가람 #산포면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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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정감과 강인함을 좋아하며, 인간 '종'이 세운 모든 것을 반성하고,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과의 일체를 실현하고자 하며, 지구어머니의 한 생명체으로서 생물학적 다양성과 지구온난화 및 핵탈피에 관심있는, 깨어있는 시민이되고자 합니다~(나주혁신도시 16개기관의 지역사회에 대한 적극적 사회적기여를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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