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셰프 요리학교요리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요리는 도구일 뿐이다.
슬로비
- 요리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경영에 대한 교육은 왜 하는가. "학교체제는 2년제다. 1년은 음식을 배우는 것을 기본으로 요리를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 최대의 핵심과정이다. 그 다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요리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이 관계를 위해서는 기술만 배우면 안 된다. 기술만 배우면 무기가 된다. 무기는 경쟁을 위해서만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치명적인 문제이다.
그래서 요리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요리는 도구일 뿐이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경영·경제 논리가 아니다. 더불어서 수익도 창출하지만, 밥상과 사람을 돌볼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한다. 환경수업과 농사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몸을 쓰는 사람은 자기 몸을 잘 돌보고 이해하고 몸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명상도 하고, 연극과 밴드수업으로 흥을 돋우기도 한다."
- 영셰프 수료 후에 슬로비에서 경력을 쌓는 의미는 무엇인가?"(함께) 요리를 하는 것은 1년까지 합의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다 열어놓고 있다. 요리를 하다보면 계속 요리를 할 것인지 고민도 하고, (다양한) 요리를 해보고 싶어진다. 그러면 더 배워서 채워야 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곳을 가봐야 알게 되는 것도 있고, 우리가 지속하려고 애쓰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그렇게 해보면 수용능력이 생겨서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다."
- 홍대·성북에 이어 멀리 제주에도 슬로비를 만든 이유는?"전혀 다른 환경의 생활을 경험해보고, 그 재능을 지역사회에 나누려고 열었다. 학기 중에는 제주 슬로비에 시즌학교를 열고 있다. 제주 애월읍에서 지역아이들과 음식도 만들고, 지역요리사에게 배우기도 한다. 2년 차부터는 슬로비 또는 네트워크로 연계된 매장으로 인턴 활동을 한다. 6개월을 기본으로 하루 6시간 일한다. 밀도를 높이고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청소년들의 기호와 특성, 진로와 자질을 보면서 (이후에) 매장으로 갈 것인지, 다른 길을 찾아줄 것인지를 의논하고 고민한다."
영셰프 스쿨에 지원한 청소년은 해마다 절반 정도가 중간에 그만뒀다. 그런데 설립 5년 차인 올해는 12명 모두 한명의 탈락자도 없다. 서로 다른 성향의 청소년들이 비슷하게 섞여서 균형이 잡히며 좋은 시너지가 생겼다.
홍대·성북·제주의 슬로비 밥집은 각기 다른 지역 특색에 맞춘 밥상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직까지 재정적으로 완전하게 자립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직원들과 이벤트도 만들고, 대화와 소통을 하면서 서로 기운을 북돋아주고 있다는 슬로비에는 요리·사람·문화가 천천히, 재미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지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