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창포가 밀려난 자리에는 갈대가 군락을 이뤘습니다.
박미경
얼마 전 아는 분이 순천에서 화순까지 주암호를 따라 차를 달렸는데 남면 주암호 둔치의 갈대가 장관이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주암호 둔치에 갈대군락이 있기는 했지만, 꽃창포군락을 제외하면 그 면적이 그리 넓지 않아서 장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하여 시간을 내서 주암호 둔치로 향했습니다. 꽃창포 군락이 있던 자리까지 갈대가 차지하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더군요.
화순군은 주암호 둔치 11ha면적에 꽃창포를 심어 화순군의 명물로 만들겠다며 2003년부터 자주색과 노랑색의 꽃창포를 심어왔습니다. 그 면적을 갈대가 점령했으니 얼마나 넓은 면적인지 상상이 가시죠?
지난 주말 찾아간 주암호 둔치는 온통 은빛 갈대 물결로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한때 화려함을 자랑했던 꽃창포들은 갈대에 밀려 사라지고 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탄성과 함께 애잔함에 가슴이 아리더군요.
화순군이 꽃창포를 심는데 집행한 금액만도 8억 원이나 됩니다. 적지 않은 액수죠. 대부분의 국민들은 평생 만져볼까 말까한 금액입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나 봅니다.
인간의 간섭이 없어지면서 생존력이 더 강한 갈대가 꽃창포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죠. 매년 봄, 저마다의 색을 자랑하는 꽃창포의 아름다움에 끌려 꽃창포단지를 찾았던 이들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군락을 형성하며 가을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갈대군락을 보려는 이들이 알음알음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꽃창포가 아니라 갈대군락을 보러 화순 주암호 상류로 오라고 말해야 겠죠? 그런데 자꾸만 8억 원이나 들여 심었지만 사라져버린 꽃창포들이 생각나 마음이 복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