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교양제작국 해체 반대 1인시위
민주언론시민연합
앞서 여러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MBC 개조작업'의 결과로 MBC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끝없이 추락해 왔고, 조직 내부는 분열과 불신과 상호 적대감만 증폭되어 왔다. 시용·경력직 사원들과 기존 구성원들과의 교감은 없고, 선·후배 간의 친밀감도 담아내기 어려우며, MBC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개개의 섬처럼 분리된 사고체계 속에서 MBC의 몰락을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경영진은 오로지 현재의 자리와, 미래를 담보해 줄 권력과, MBC에서 편안하게 사는 방법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무책임한 처세 담론이 그들 안에만 머물지 않고 암세포처럼 전파되어 MBC 조직 전체로 확산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MBC 밖의 환경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MBC 주변에는 하나같이 MBC 붕괴를 바라거나 붕괴를 부추기는 세력들뿐이다. 방문진이 그렇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렇고 정치권과 청와대가 그렇다. 애초부터 MBC의 사영화에 방점을 찍었던 그들이 공영방송 MBC의 미래를 걱정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
이번의 느닷없는 교양국 해체와 그에 따른 보복인사는 그러한 권부의 분위기가 전달된 결과일 터이다. 진짜 목적은 교양국 해체에 있기보다 저항 언론인들을 격리·관리하기 위함이다. 교양국 해체 후 후속 인사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이해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노조뿐유일한 개혁세력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무단협 상황 속에서 상암동 신사옥 높은 곳 한 귀퉁이에 위치한 고탑(高塔)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과거 노조 방침에 동조했던 언론인들은 전보, 교육 등의 인사조치로 프로그램 제작권을 박탈당했고, 조금이라도 저항의 기미가 보이면 정직, 해고 등 중징계로 경제적 압박까지 가해진다.
노조는 저항을 통해 아무런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개인의 부담만 가중되고 그 또한 노조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한탄할 뿐이다. 무단협 상황에서 경영진은 공정방송조항 폐지, 노조강령의 수정 등 노조의 존재 근거와 자율권마저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해 있다.
시용·경력 사원들을 탓할 일도 아니다. 사회적 위상과 높은 임금을 보장받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인지상정이다. 상당수의 언론노동자들이 그러하듯, 당초부터 무슨 사회정의나 언론의 자유와 같은 지고지순한 목적을 가지고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는 언론인은 많지 않다. 좋은 처우와 복지, 사회적 위상 등 세속적인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 아니던가.
그러나 1987년 6·10항쟁 이래로 축적된 MBC노조의 역사와 전통과 신념체계 등이 새 입사자들의 인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노조의 창립정신이 새 방송인들에게 착근하지 못하고 부유(浮游)하고 있는 것은 MBC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MBC 구성원들은 스스로 독재권력의 나팔수로 살아왔음을 부끄럽게 여겼고, 각성을 했고, 노동조합의 깃발 아래 숱한 투쟁을 벌여 자발적 저항의식을 키워왔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노조를 부정하고 말살하려 했던 김재철, 김종국, 안광한도 당시에는 그 신념체계에 동조했고 그 속에서 살아 왔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노조는 노조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