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거저리 애벌레를 키우고 있는 귀농인 김용평·최영숙 씨 부부가 사육상자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돈삼
부인 최씨의 경험담이다. 이들 부부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았다. 갈색거저리를 키우려면 온도와 습도, 환기가 중요하다는 것도 터득했다. 자신감을 갖고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건 그 무렵이다.
"벌레라고 해서 여차하면 죽어버릴 것 같죠? 전혀 안 그래요. 갈색거저리의 생명력이 아주 강합니다. 먹이로 밀기울이나 채소를 주는데요. 한 보름 굶어도 안 죽어요. 대신 온도와 습도에는 민감하죠. 온도는 27℃, 습도 65%가 최적의 조건입니다."김씨가 말했다. 갈색거저리의 사육 기간은 보통 100일 정도. 알에서 부화해 출하할 때인 유충이 되기까지 키우는 기간이다. 주로 파충류의 먹이로 나간다. 연구기관에 납품도 한다. 사람이 먹는 식품으로는 아직 미미하다. 식품 개발도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 원료로 인정을 받았다. 미래 인류의 중요한 식량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애벌레의 껍질과 분뇨도 거름과 사료의 재료로 쓰인다. 시장 규모가 내년엔 3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금은 '벌레 박사'로 통하는 이들이지만, 몇 년 전까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회사(공기업)에 다녔다. 외환위기(IMF) 때 '부부 사원'이라는 이유로 최씨가 먼저 직장을 그만뒀다. 김씨는 4년 전 직장 생활을 정리했다. 최씨는 22년, 김씨는 33년 동안 근무한 직장이었다. 최씨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