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오리 전문점 전취덕(全聚德)의 제왕실, 비싸고 화려한 장소일수록 상대방에게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을 준다. 칭다오에서는 손님 접대를 할 때 광동식 해산물 전문점 순펑(順峰)과 해산물 훠궈점 순펑페이뉴((順風
肥牛)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전취덕 홈페이지
나는 그녀에게 "열심히 하고 잘 하는 학생은 성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원래 학부모한테 식사초대나 선물을 안 받는 게 원칙이다, 고맙지만 마음으로만 받겠다"며 사양을 했다. 그녀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성의니 꼭 받아라",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렇게 잠시 실랑이가 일었다. 버티다 못한 나는 수업을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그가 끼어들었다.
"진라오스, 여기는 중국입니다. 그냥 받으세요. 그래야 중간에 있는 내 체면이 섭니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인가, 직책을 내세워 나를 압박하는 것인가. 얼마 전 학교를 그만둔 한국어 선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학기말이면 상부에서 전화가 와요. 누구누구의 성적을 올려 달라고요. 그리곤 나도 모르게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린 식사 자리에 끼게 되고... 아, 그때의 기분이란 정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린 식사 자리에 끼면..."지금 내가 저 빨간 상자를 받고 같이 식사를 하게 되면 계속 이런 일에 휘둘리겠지, 그러니 이번에 아예 싹을 자르자, 못을 박아두자, 필요하다면 뻥이라도 치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중국인은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한다고 들었습니다. 손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극진한 대접이 아닐까요? 지금 저는 수업 도중에 여기에 왔습니다. 복도에 오고가는 학생들이 모르겠습니까? 내가 이 선물을 들고 나가면, 나중에 성적이 좋아도 다른 학생들이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또 그런 선생을 학생들이 믿겠습니까?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도 그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이가 없고 불쾌했을 것이다. 내가 중국인의 정서를 무시하고 체면을 깎은 무례한 사람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잠시 후 그들로부터 알겠다는 말을 듣고 그 자리를 빠져나오는데, 문고리를 잡은 내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 일로 내가 불이익을 당한 적은 없었다. 그와 학교에서 마주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여전히 내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다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그녀의 아들이 마음고생을 했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그 학생은 한 학기 내내 주눅 든 채 내 수업에 들어왔다.
듣자하니 그런 청탁을 받는 교직원들도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관시로 연결된 인정과 체면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고, 내키지 않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기도 싫으니 말이다. 할 수 없이 속으로는 그런 부모가 자식을 망친다며 불평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어쨌든 나도 하긴 했다' 정도로 관여하게 된다. 어떤 간부는 청탁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이렇게 당부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