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사말을 이동시켜주는 사람. 언어이동사.
강드림
개인적으로 속기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실제로 만난 것은 영주씨가 처음이었다. 그런직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상에서 그들을 만나는 것은 거의 드물다. 공증사무실이나 법원 같은 특수한 곳.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굳이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 그들의 일터이기 때문에 그들의 직업은 더욱 베일에 갇혀있다.
직업이 직업인 탓이라서 그럴까. 영주씨는 파티 자리 안에서도 그다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적절히 호응해주고, 웃어주면서도 흐트러짐없이 계속 술을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답답하게 입 닫고 술만 마시는 사람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적재적소에 알맞는 유머와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녀로부터 이따금씩 튀어 나오는 멘트들은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단번에 휘어잡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잘 발달된 '듣는 귀'를 가진 사람이다. 故신해철씨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신해철씨처럼 말을 잘하기 위해서 조언을 해준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말을 잘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 듣는 능력'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한국사람들이 가장 안되는 것이기도 하겠구요. 말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고, 어떤 의도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