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공연
황호숙
제목은 '줄줄이 꿴 호랑이'. 곱게 드레스를 입고 두 줄로 서서 목소리 흉내까지 내시며 책읽어 주는 할머니 학생들에게 "멋져요"라는 환호성이 터졌어요. 할머니들도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셨는디 더 말 안 해도 거시기 허게 알아 들으시겠죠, 잉!
처음으로 시를 쓰자고 했을 땐 "내가 워떠케 시를 다 쓴당가"라면서 빼시며 새침해 하셨던 분들이 처음 배운 한글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시낭송도 했어요. 사회를 보던 제가 "시집을 다섯 권이나 내신 유명한 시인도 엄니들 시보고 좋다고 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사진도 찍어가면서 눈물 글썽이는 분들도 있었다"고 하자 다들 공부 잘해서 칭찬 받는 아이들처럼 좋아하셨죠.
수업 내내 할머니 학생들 옆에 앉아서 한글도 가르치고 간식도 나르고 했던 귀염둥이 선생님, 김서영·최진하·김국현·최진서가 '까딸레나'라는 최신 춤으로 축하했어요. 또 구림 한사랑 아동센터 아이들의 기타 연주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도 축하 분위기를 띄웠죠. 곱게 한복을 입은 세 분의 강사들과 자녀들이 장구와 함께 한 흥겨운 민요부르기는 틀릴 때 웃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단연코 가장 절정은 12분의 학생들이 나태주 시인의 '풀꽃'과 김용택 시인의 '다 당신입니다'라는 시를 암송했을때 였는데 큰 박수가 터져 나왔죠. '내나이가 어때서'를 개사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노래와 동시를 노래로 만든 '이웃집 순이' 노래는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불러서 마지막을 장식했제라.
마지막엔 수업 때 하던 것처럼 차렷 경례와 함께 "모두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서로를 껴안아 주는데 눈물 나올라고 허는 것 억지로 밀어 넣었당께요. 남 앞에 나서기를 한사코 두려워 했던 젊은 수강생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너무 고맙다고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강사들을 꼭 껴안아 주었죠. 비록 서툴고 틀리고 어수룩했지만 보시는 분들 모두 뿌듯한 느낌을 가지셨다고 하셨어요. 제가 할머니 학생들께 선생님 소리를 들었지만 제가 배운 게 더 많고 가슴 뭉클해졌답니다.
하나 더 자랑치자면, 어머님들의 시와 편지글들을 넣어서 자그마한 책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공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라는 책인데 평균 연령이 칠십이 넘은 할머니들이 쓴 책이지요.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공부를 하는 열정으로 생애 처음으로 시를 썼어요. 그 시를 시화전에 출품도 하는 기쁨도 맛보았기에 시화 옆에서 행복한 포즈로 찍은 사진도 들어가 있어요.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쓴 편지글도 그대로 실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