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호 사장근본 이라는 철학으로 17년을 중소기업을 경영해온 하재호사장은 자신에게 온 사람들을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 자신의 공장에서 곧 출고될 제품들 앞에서 웃고 있다.
송상호
'다단계'가 비즈니스 사관학교라 말하는 사연당신은 '다단계' 또는 '피라미드'하면 무슨 단어를 떠올리는가. 그렇다.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은 '사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일, 플랜트제작 공장(화성 발안)에서 만난 중소기업 사장 하재호씨에겐 적어도 '비즈니스 사관학교'라 생각된다. 무슨 사연이기에 그럴까.
안성이 고향인 재호씨는 대학을 농과로 나왔다. 대학 4학년 때 그가 만난 '다단계' 사업은 그의 운명의 바늘을 돌려놓았다. 생애 첫 직장인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금은 '다단계'가 많이 변질되었지만, 초창기엔 그 정신과 이념이 정말 순수하고 좋았다"는 재호씨. "생존경쟁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서 '다단계'는 아래 라인과 위 라인의 자기 사람을 철저하게 챙겨야 하는 구조였고, 나 혼자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그들이 살아야 내가 사는 구조여서 매력이 있었다"며 그때를 회고한다.
그때 그는 '어떡하면 저들을 살릴까'를 고민하며 전력투구했다. 사람을 만나 설득하고, 조언하고, 타협하고, 조정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죽도록 사람을 챙겨 놓으면 흩어지고, 또 챙겨 놓으면 흩어지고. 그러다보니 마음의 상처와 정신의 피로가 그를 짓눌렀다.
그 세월이 8개월. '지나고나니 그 시절이 악몽 같았다'며 그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오죽하면 그가 "17년 사업을 해오면서 별의별 일을 다 당하며 힘들었지만, 그때 겪었던 고통에 비하면 10배로 적은 것이다"라고 할까. 그 시절을 그는 '비즈니스 사관학교'였다고 추억한다.
'사람이 근본' 철학이 사업의 원동력
사실 그게 고생만이 아닌 인생 밑천인 줄 지나고 나서야 그는 알았다. 도대체 거기서 무엇을 건졌기에? 그렇다. 그는 그 혹독한 기간 동안 '사람이 근본'이라는 철학을 건졌다. '다단계'의 원래 정신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 상생하는 것'이라고 재호씨는 누누이 강조했다. 그렇게 '사람 홍역'을 앓고 난 재호씨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 바로 '사람중심'이라는 경영철학이었던 것.
97년도 사업파트너가 동업을 제시해왔을 때도, "'자본 대 자본'이었으면, 나는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사업 시작 당시는 정말 무일푼이었고, 서로 뜻만 있었다"고 그 시절을 회고한다. 같은 직장에서 서로를 지켜보다가 "저 사람이라면 무엇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서로 판단하고, 의기투합했던 것.
동업을 시작하고 2개월 있다가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다. 여기저기서 업체가 자빠졌지만, 그들에겐 오히려 호기였다. 원래 밑바닥이었던 그들에겐 휘청거릴 재산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