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샌드위치맛은 책임질수 없으나 정성은 가득히
김춘미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번에 다 드셨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맛있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딸아이가 '할아버지가 요리사인데 엄마 요리는 맛이... 왜 그럴까요?'라고 늘 놀려대, 제 자신도 '내가 만든 음식은 그리 맛은 없어'라고 믿던 차였습니다. 솔직히 빈말이었더라도 참 듣기 좋았습니다.
그 샌드위치 덕분이었을까요?
온다던 관리사무소 직원 대신 오신 경비실 아저씨가 인터폰 고장에 대해서 본인은 할 수 있는 게 없고, 세대에서 직접 관리사무소에 가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에 기사님이 나서서 고객님은 그냥 계시라 하십니다. 기사님이 직접 관리사무소에 가서 잘 말할 테니 혹시 이후에 안 되면 그때나 다시 한번 전화하라고(그러나, 조금 억울하시겠지만 출장비 만오천 원은 내셔야 한다며 받아가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만오천 원 내고 씩씩 거리며 관리사무소에 전화 한번 넣고, 남편에게 전화 하고... 억울한 맘 진정시키는 사이 고구마, 다 탔습니다. 그래도 식사 시간을 넘기고도 일하시느라 식사 못하신 기사님께 보잘 것 없는 샌드위치지만 만들어 드렸다는 것이 뿌듯해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 아이와 함께 있어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딸아이의 머리까지 쓰다듬었습니다. 혹여나 혼자 있을 때 방문하셨다면, 이 엄마가 아무리 대한민국의 아줌마라 해도 외간 남자(?) 드시라고 빵 구울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 말입니다.
'꼬르륵 샌드위치' 바로 요리사 할아버지의 딸이 만든, 맛은 별로일지도 모르는 엄마표 샌드위치였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지금, 소중한 이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며 멋지게 늙어가기를 꿈꾸는 직장인 아줌마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