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4일째인 지난 8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남 서산시 해미성지 소성당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엔 등의 지적을 받아들여 즉각 실천에 옮겼다. 교황청은 지난 3월 아동성추행 대책위원회를 만든 것은 물론, 교회법을 개정해 성폭력, 아동성추행, 아동 성매매, 아동 성 포르노 등에는 최고 12년형의 실형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7월 7일에는 사제들에게 성추행 당했던 피해자들 6명(독일, 아일랜드, 영국 각각 2명씩)을 교황청으로 초청해 직접 피해사례를 듣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들뿐만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데 가담한 담당 주교들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문책을 내리고 있다. 지난 9월 교황이 직접 발표한 것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사제 지원자 숫자가 감소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성이나 자질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는 사제양성을 해선 안 된다"라며 "하느님을 빙자하여 교회가 부여한 지위와 안락함을 누리는 사치 군림형 사제들과 교회의 은폐 속에서 범죄와 탈선을 저지르는 사제들에 대해 강경방침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같은 달 교황은 사제의 아동성추행을 은폐해 온 아일랜드의 숀 브래디 추기경을 은퇴시켰다. 일각에선 이번 브래디 추기경 은퇴가 75세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는 주교들 관행에 따른 것이긴 하나, 1975년 브렌덴 스미스 신부의 사건을 은폐 축소한 것에 따른 문책성 은퇴라고 분석했다. 스미스 신부는 1997년 74건의 성추행으로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한 달 만에 급사한다.
9월 25일에는 폴란드 출신 베소워프스키(66) 대주교가 경찰에 체포된 뒤 가택에 구금된 사건이 발생했다.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도미니카 주재 교황청 대사로 파견돼 근무한 그는 현지에서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 사실은 현지 신문에 공개적으로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2013년 8월 소환됐고, 2개월 뒤인 10월 교회법에 따른 재판을 받은 뒤 사제직을 박당 당했다. 교황청은 사제직을 박탈당한 그를 이탈리아 경찰에 넘겼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가택구금 조치 등이 교황청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이다.
현재 형사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재판이 시작되는 2015년 1월까지 인터폴 지명 수배자 명단에 올라가게 되었다. 교황청에 따르면,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로 고위성직자를 대상으로 행해진 강도 높은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베소워프스키 대주교는 도미니카에서 근무할 당시 일반평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14세 미만 아동들을 돈으로 유인한 뒤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가 수만 장의 아동 포르노사진과 수백 개의 아동 포르노 테이프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황청은 베소워프스키 대주교 사건을 은폐해왔던 파라과이의 리비에레스 플라노 주교도 전격 해임했다. 리비에레스 주교는 2002년 아동 성추행 혐의로 미국 경찰의 추적을 받던 카를로스 우루티고이티 사제를 캐나다로 도피시키는 것은 물론 주교 총대리로 임명하는 등 물의를 일으켜왔다. 더불어 리비에레스 주교 또한 주교회의 횡령혐의를 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블랙리스트 1번은...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르>의 2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이탈리아인들은 가장 타락한 교구인 북서지역 리구리아 지방에 대해 교황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은 알벵가(사보나)에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나체사진을 올리는 사제, 밤늦게 새벽까지 바(bar) 등에서 일하는 신학생, 여성신도들에의 프러포즈를 하는 사제, 금고를 들고 도망가는 사제 등 탈선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몇몇 시장이 교황청에 항의서를 올렸지만, 담당 주교는 "음해하려는 소문일 뿐"이라며 "소문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해명 자체가 성스럽고 거룩한 교회를 해칠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주민들이 해당 지역 주교인 마리오 올리베리(71)를 '프란치스코 교황의 블랙리스트 1번'이라고 부를 정도다.
한편, 몇몇 가톨릭사제들의 탈선행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내 가톨릭 신자는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문제나 사건 그 자체보다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황의 태도에 신뢰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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