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 집 화장실인데 변기가 막혔어요"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고민글. 이곳 커뮤니티 이용자들인 4시간 여에 걸쳐 글쓴이가 변기를 뚫을 때까지 댓글로 실시간 상담을 이어갔다.
오늘의 유머 갈무리
"썸남 집 화장실인데..."
작성자 '익명Z2djY'(아래 'Y')가 지난 2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SOS를 요청했다. 연인 사이로 넘어가기 직전,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사이인 '썸남'의 집에 놀러갔다가 그만 변기가 막혀버렸다는 것이다. 썸남은 이 사태를 모르고 쿨쿨 자는 중. Y는 그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자신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
"돌아 버리겠네, 정말 ㅠㅠㅠㅠㅠㅠㅠ"Y가 글을 올린 지 30여 초 만에 다른 이용자들이 댓글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뚫어뻥(을) 계속 쓰다보면 됩니다." "비누를 잘라서 넣으면 돼요." "옷걸이(를) 쓰세요." 세 가지 조언 중 Y가 선택한 것은 '뚫어뻥'이었다. 하지만 글을 올리고 4분여 만에 댓글로 다시 나타난 Y는 더욱 당황한 기색이었다.
"으악!!!!!!!!!! 어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뚫어뻥으로 변기를 뚫다가 그만 "응가물"이 역류해 더욱 상황이 악화돼버렸다는 것. 이때부터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마치 자신이 그 화장실에 갇혀있는 것 마냥 몰입하기 시작했다.
"지금 실시간 상황입니다, 지혜를 모아 이분을 구해줍시다"
"이건 아무나 안 알려주는데... 변기 옆에 보면 변기 닦는 솔 있죠?? 그 솔을 변기구멍에 꾹 누른 상태로 푸쉬업(pushup) 해줍니다. 압력을 넣는 거죠. 일초에 세 번 정도 빠르게 앞뒤로 푸쉬업 해주세요. 그렇게 열 번 정도만 해주어도 99% 뚫립니다." - '익명amJqa'"옷걸이 하나를 가져와서 '?'(고리부분)를 '1'로 만들고, 아래 모양을 'ㅅ'에서 '◇'모양으로 바꾼 다음에 쑤시세요. 그럼 응가가 분해돼서 뚫리던데." - 닉네임 '한량이***'Y의 1차 실패 후 이용자들은 온갖 노하우를 전수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실시간 상황입니다, 지혜를 모아 이 분을 구해줍시다"라며 너스레를 떠는 이용자도 있다. 그 사이 이 글은 추천수 10을 넘어 '베스트게시판'으로 보내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이용자들이 힘을 모은 결과였다.
Y가 변기와 시름하는 사이 다른 이용자들은 "썸남 집에는 뭐 하러 간 걸까나 으흐흐" "왠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자는척하고 있는 썸남의 모습이 그려진다" 등의 수다를 떨며 그의 성공소식을 기다렸다. 그때 다시 Y가 나타나 "솔을 써봤지만 변기를 뚫는 데는 실패했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알렸다. 이용자들은 다시 샴푸로 뚫는 법, 랩으로 뚫는 법 등을 제안했다. 그렇게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던 중, 우려했던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으악!!!! 깼어!!!!! 깼다!!!!! 밖에서 물 마시는 소리 들리고!!!!!! 어떡해!!!!!!!!!!!!!!!!!"흔적을 지우기 전에 자고 있던 썸남이 깨어난 것이다. 긴급 상황에 당황한 건 Y뿐만이 아니었다. 이용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짧게는 1초 간격으로 댓글을 달며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게시판에 긴장감이 흘렀다.
"일단 나가서 남친 부터 기절 시키는 건 어떤가요??" "샤워한다고 해요, 갑자기 씻고 싶다고 시간을 버세요""썸남 집에서 샤워가 더 이상해요""똥을 들키느니 샤워가 나을 듯ㅜㅜ"Y에게 썸남이 깨어나는 최고의 위기상황이 닥쳤지만 그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6분여 만에 다시 나타난 Y는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상태였다.
"와하하하하핳하 신난다!!!!!!!!!!!!"결국 Y가 썸남에게 사태를 알리며 긴급 상황이 종료됐다. 상황 종료 소식을 알리기 10여 분 전에는 Y가 "집에 가고싶어요....."라고 댓글을 남긴 뒤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 이용자들을 애태우기도 했다.
"뚫리느냐 넘치느냐 과연 작성자의 운명은...""최후의 방법인 손을 씁시다." "현 상황 알려주세요 작성자님,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다음 작전을 짤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의 관심은 Y가 남자친구의 도움을 얻어 변기를 뚫는 과정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Y는 4시간 여 만에 성공소식을 알렸다. "결국 뚫었습니다......도와주시려고, 노하우 전수해주신 분들 감사 드려요." 자정을 1분 45초 넘긴 시각이었다. 당시 댓글은 600개를 넘어섰다. 한마음으로 시트콤 한편을 창작한 이용자들은 "모두 고생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썸남과 그 후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며 후속편을 기대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사소한 고민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