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을 구경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
알란 쇠렌슨 트위터
덴마크 언론인 알란 쇠렌슨(Allan Sørensen)은 지난 9월 자신의 트위터에 "스데롯 극장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산 위로 의자를 가져왔습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기 위해서죠. 폭음이 들리면 이 사람들은 박수를 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 같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송했다.
이 사건을 두고 전 세계인은 경악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2006년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전쟁 때 폭탄에 순진무구하게 낙서를 했던 그 어린이들일 수 있다.
이 두 사건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가'가 '안보'의 이름으로 국민을 동원하면 '적대감'은 증폭되며 그것이 일종의 '사회문화'로 자리 잡으면 '관용'은 사라진다는 점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조롱하고 경멸하며 타인의 고통, 심지어 참사라는 극단의 상황조차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태생이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사회문화'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이다. 과거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땐 담배연기에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커지자 이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항의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결국 주입된 사회문화 때문임을 방증한다.
멸공교육은 못했지만, 안보교육이 이룬 것 우리의 통일교육은 정권의 성격과 지향에 따라 바뀌어 왔다. 반공(멸공) 교육-승공교육-민족화해교육-안보교육. 물론 명칭은 1980년 이후 지속적으로 '통일교육'이라 불렀지만, 그 내용은 정권의 이름만큼이나 달랐다.
1970년대 '북한 사람들은 실은 사람의 탈을 쓴 이리떼'라는 황당한 '반공'교육은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승공교육'이라고 이름 붙여진 교육도 남과 북의 체제를 단순 비교할 뿐 그다지 호응은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출범 초 정권의 안위를 흔들었던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국내외적으로 충격을 던진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겪으면서 이명박 정부는 밖으로는 현존하는 위협인 '북한'을 정조준하여 내부를 단결하고, 안으로는 마침 터진 '종북'논란을 확산시켜 반정부 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안보의식 강화'를 들고 나왔다.
군 내부 정훈교육 방향이 오염된 사회로부터의 차단과 오도된 가치관의 전환으로 잡힌 것도 이 무렵이다. 이런 정부의 분위기에서 군이 직접 학교로 들어가 안보교육을 담당하겠다고 나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학교 안보교육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놀랍게도 교육부도, 교육청도, 심지어 학교도 안보교육을 모니터링 하고 있지 않아 구체적 자료는 없다. 다만, 국방부가 공개한 '학교 안보교육' 자료를 통해 유추할 수는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안보교육 논리는 매우 단순해졌다. '부지런히 일해서 부자가 된 남한과 체제와 지도자를 잘못 만나 지독하게 가난한 북한'이란 단순한 이분 논리를 장황하게 설득한다.
일종의 우월감에 바탕한 이 논리는 '무장하지 않은 부자가 무장한 빈자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더하면 완벽하게 작동한다. 가난한 북한의 과도한 군사비를 예로 들면서 조롱하지만, 실은 그 10배가 넘는 우리의 군사비와 낭비되는 국방비 문제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논리 전개가 나와 다른 상대에 대해 인정할 줄 아는 '관용'의 정신 대신 지독한 '혐오감'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이런 '북한에 대한 혐오감' 심기가 지나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버젓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짓(관련기사 :
군 장교의 '끔찍한' 안보교육...아이들 충격에 빠져 강의 중단)도 서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막장 교육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열등감을 느끼던 일부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준 것이다.
약자가 강자 앞에 비굴해지면 자기보다 더 약한 자를 못살게 구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들에게 '북한'과 '북한사람'은 자신보다 열등한 인종인 것이다. 이제 '북한'은 그저 우리가 없애야 할 '청소의 대상'이며, '독재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짓을 해도 정당화 된다'는 비뚤어진 우월의식을 심기에 이르렀다. 모든 사회 불만을 외부의 적 탓으로 돌리는 고전적인 수법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79%... 이래서 통일은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