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와 노인의 기억상실은 반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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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는 얼마 전부터 친정 어머니가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것도 '늙으면 애 되는' 현상의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노인성 치매가 아니더라도 늙으면 인지 능력이나 신체 활동력 등이 시나브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 아이들처럼 변해간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두뇌 능력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겉보기에는 유아들이나 노인들이나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특히 두뇌 능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억력의 변화를 보면, 그 진전 '방향'만 다를 뿐 서로 닮은꼴이다. 계절로 치자면 어린아이들은 봄, 노인들은 가을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
사람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략 초등학교 3~4학년 연령대는 누구나 일종의 '기억상실증'을 경험하는 시기이다. 치매 걸린 노인, 혹은 기억력이 크게 쇠퇴한 노인들과 직접 비교는 곤란하지만, 마치 노령층처럼 8~9살 연령은 많은 기억이 두뇌 속에서 사라지는 시기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초등학교 3~4학년들에게 어릴 때 기억을 물어보라. 보통 3살 이전 일어났던 일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이는 이른바 '유년기 기억상실증'의 결과이다. 유년기 기억상실증은 너나없이 경험하는 현상이다. 거의 예외가 없다.
어떻게 해서 유년기 기억 상실증이 생기는 것일까. 1~2살짜리 유아들은 일반적으로 성인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다른 동물과 비교하면 역시 인간 유아의 기억력은 상당하다. 한 예로, 돌을 전후한 유아들만 해도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이를 아주 길게는 수개월 동안 희미하게나마 기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언어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엄마, 아빠 혹은 어른들에게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길어봤자 젖먹이들의 기억은 수개월까지 지속될 뿐이다. 만 두 살, 보다 넉넉하게 잡으면 만 3살 이전까지의 기억들은 8~9살이 넘으면 결국 거의 다 사라져 버린다. 흥미로운 점은 5~6살쯤의 아이들은 8~9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만 3살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라는 사실이다.
어릴 적 기억, 신경 형성과 관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