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뼈로 쌓은 탑' 자랑하던 성형외과, 지금은?

허술해지는 의료폐기물 관리...질산 유출 원인, 아직도 파악 못해

등록 2014.11.06 19:54수정 2014.11.0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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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경찰병원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질산 7ℓ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1ℓ의 질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인해 환자 및 직원 1200여 명이 대피하는 등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건이었다.

질산은 대다수의 병원에서 조직검사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액체 상태에서 접촉하면 화상을 입고 공기와 접촉해 기체로 변한 질산가스를 흡입하면 기관지 및 폐 손상을 입게 된다. 또 부식과 발열이 뛰어나 구리와 같은 금속도 녹일 수 있는 강한 산성 물질로, 건강에 유해할 뿐만 아니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물질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낸 논평에 따르면, 사고 당일 경찰병원에서는 화재가 아닌데도 방화셔터가 내려와 오히려 환자들이 갇히고, 사고 발생 후 1시간이나 지나서야 환자들의 대피가 이뤄졌다. 휠체어를 탄 환자부터 이동식 침상에 누운 중환자에 이르기까지 얇은 환자복만 걸친 채 병원 앞 주차장에 3시간이나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지난 5월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 등으로 병원안전에 대한 관심과 불안감이 날로 커진 상황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경찰병원에서조차 위험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병원 측은 사고발생 원인이나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해 명확한 설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병원서 질산 1ℓ 유출... 의료폐기물 관리 문제 대두

 SNS에서 논란이 된 한 성형외과의 '턱뼈탑'. 강남 O성형외과 홈페이키 캡처 사진. 논란 이후에는 삭제되었다.
SNS에서 논란이 된 한 성형외과의 '턱뼈탑'. 강남 O성형외과 홈페이키 캡처 사진. 논란 이후에는 삭제되었다.

올해 초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자신들의 수술 횟수를 홍보하기 위해 '턱뻐로 쌓은 탑'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되었다. 이 사진은 SNS뿐만 아니라, 미국의 <타임지>에 까지 보도되어 전 세계에 '한국=성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증명하는 사진이 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어이가 없었다. 수술 후 발생하는 인체의 적출물은 의료폐기물로 지정되어 특수처리를 해야 하는데, 탑으로 쌓은 것도 모자라 어떻게 병원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결국 이 병원은 의료폐기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턱뼈탑'에 대해선 철거명령이 내려졌다.


또 지난 7월 한 개인병원에서는 각종 소독용 솜과 주사기, 분비물 등 감염성 의료폐기물을 불법 배출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병원은 더운 여름에 감염성 의료폐기물을 음식물 쓰레기 등과 함께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여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의료 폐기물 구분
의료 폐기물 구분김정숙

폐기물관리법 제 2조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은 보건·의료기관, 동물병원, 시험·검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과 인체 조직 등 적출물, 실험동물의 사체 등 보건·환경 보호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폐기물로서 대통령으로 정하는 폐기물'을 말한다.


환경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의료폐기물 관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약 5만개 소가 넘는 의료폐기물 배출기관에서 연간 12만톤 이상의 의료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감염성 폐기물, 비감염성 폐기물, 일반 쓰레기로 구분되어 각각 처리되고 있고 특히 감염성 폐기물의 경우 공중보건을 위해 철저하고 신중하게 취급된다.

환경부는 법적으로 의료폐기물 수집, 운반 및 보관, 처리기준 등을 명시한 의료폐기물 관리 제도를 마련해 놓았지만, 의료폐기물 처리나 관리 허술 등의 문제는 점점 증가하고 있어 질병 감염이나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폐기물 시행규칙 내용을 보면, 배출된 의료폐기물은 지정된 전용용기에 담아 보관하여야 하며 동시에 내용물이 유출될 염려가 없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폐기물 보관장소 또한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이 금지되고 폐기물이 유출되거나 발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있다. 보관과 처리절차가 위험하고 전문적이다보니 의료폐기물은 지자체에서 인가를 받은 전문처리업체를 통해 처분하게 되어있다.

대형병원 의료폐기물 관리 지적 일주일 만에 또...

국정감사 기간 중인 지난달 23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대형종합병원 의료폐기물 관리실태 점검을 분석한 결과 종합병원에서는 총 119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2010년 21건에서 2013년 58건으로 위반사례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적발사례 중 가장 많은 '보관기준 위반'의 경우, '의료폐기물 전용용기 사용'과 관련된 규정위반이 가장 많았다. 이는 주로 '전용용기 미사용', '표기사항 미기재', '보관기관 초과' 등이었다.

이처럼 대형병원의 의료폐기물 관리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심각하게 지적했는데도 일주일 만에 경찰병원에서 질산유출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팅게일은 환자를 돌보는 데 있어 병원의 환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 소음, 청결, 위생 등 병원의 환경적 조건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환자는 양질의 진료를 제공받기 위해 입원한 것이기 때문에 안정된 병원 환경과 조건을 기대한다. 병원의 쾌적하고 안정된 환경이 환자의 건강과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진료의 신뢰와도 연결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9년 '보건의료에서 의료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라는 의료폐기물 관리에 대한 지침서를 통해 의료폐기물의 안전한 접근방법 및 의료폐기물의 부적절한 관리로 초래할 수 있는 보건의료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또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은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의 추적 및 안전한 처리를 위한 국가 자격들을 발급, 국가적으로 관리·감독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폐기물에 대한 처리방법 및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처리 과정에 따른 안전조치 및 관련 교육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번 경찰병원 사건에서 보듯 관련 종사자들도 의료폐기물에 대한 인식이 취약하고, 대비책도 미미했다.

의료폐기물은 언제든 감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의 의료폐기물 등 병원 환경관리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대형 안전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결찰병원의 질산유출 사건은 그냥 넘어갈 사항이 아니다.

정부는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환자와 시민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병원환경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또 필요한 조치를 통해 안심할 수 있는 의료폐기물관리 및 병원환경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경찰병원 #질산 #의료폐기물 #건강세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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