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세월호 연장전' 시국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주욱
이런 비문화의 시대, 반인륜의 시대에 과연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창작의 도구로 쓰는 '연장'들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를 묻고, 이 시대와 양심의 '연장'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연장전'에 돌입하고자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나서고 있다.
영화, 영상, 미디어, 언론, 출판, 문학, 미술, 만화, 음악, 연극, 춤, 굿, 어린이책, 문화기획, 디자인계 등 모든 장르의 예술인들이 분노하며, 이건 아니라고 나서고 있다.
참사 200일 되는 11월 1일 '연장전' 돌입의 휘슬을 울린다. 11월 15일엔 그 1차전으로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광화문으로 자신들의 모든 '연장'들을 들고, 4·16 참사 이후 만들어 온 모든 표현물들을 들고 모이기로 했다. 1일엔 항의와 규탄의 의미, 추모와 반성의 의미로 자신들의 연장을 내려놓고, 11월 15일엔 그 추모와 반성, 항의와 규탄으로 버려진 연장을 다시 집어들고 모인다. 숫자를 떠나 지난 30년 동안 이 정도 규모로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연대의 전선으로 모여 본 전례가 없었다. 이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의 정도였다.
이제 막 특별법의 골격 정도를 잡아나가려는 이 시점이 세월호 추모와 진상규명의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점 정도라는 문제의식으로, 끝나지 않는 '세월호, 연장전'에 돌입한다는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위원회 활동 등은 사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던져준 과제의 가장 기본적인 것에 불과하다.
온 사회가 상갓집이 되고, 온 국민이 상주가 된 이 거대한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진실 조사도 하지 않겠다면 그 국가가, 그 정부가, 그 국회가 도대체 우리에게, 이 사회에 무슨 필요란 말인가. 국민 대부분이 공유하고 요구했듯이 진상조사위원회는 대통령과 정부와 국회 내에만 설치되는 국가 기구로만 되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과 정부와 국회 모두가 실상은 조사받아야 할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국가기구의 참여도 보장해야겠지만 대다수는 주권자들인 민간이 초헌법적 권위를 가지고 모든 국가기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주도하는 준엄한 민간위원회여야 했다. 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 이제 와서는 위원장의 임명과 조사권까지 교란하고 박탈하겠다는 특별법과 그 진상규명위원회는 사실은 우리 사회 모두의 존엄과 안전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교살하고 다시 한 번, 아니 영원히 세월호의 참극을 저 깊은 망각의 바다 속으로 수몰시키고 말겠다는 거대한 학살극에 다름 아니다.
물론 우리는 이런 또 다른 참사를, 학살극을 막는 데 힘이 부족할 수도 있고, 공권력이나 사회 기득권층들의 총체적인 공세 앞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이제 그만 세월호 문제를 대충 덮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경제' 문제로 돌아가자는, 나중에 다시 하자는 우리 내외부의 달콤한 선동과 피로감에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는 데 주저할 까닭이 있겠는가. 마지막까지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려는 데 주저할 까닭이 있겠는가. 끝까지 질문하려는 노력을 그만둬야 할 까닭이 있겠는가. 끝까지 가만히 있지 않으려는 불온함을 포기할 까닭이 있겠는가. 신문 지상이나 TV 뉴스에서 간간이 나오는 국회 내 '쇼'나 보면서, 다시 넋 잃은 관람자나 되고 말 것인가.
나는 어떤 '연장'을 들고 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