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풀을 관리하면 병충해 없이 잘 자란다.
오창균
"(동네)사람들이 풀 때문에 보기 안 좋다는데. 깨끗하게 농사짓지 않으면 (밭을) 빌려주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 건가?"
몇 해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농부의 밭을 빌려 농사를 지었을 때의 일이다. 결국 이듬해에 밭을 돌려줘야 했다. 밭 주인의 입장을 더 이상 난처하게 만들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당시 근처에서 농사짓던 농부들에게 눈총을 받거나 핀잔을 듣기도 했다.
"농사가 장난도 아니고, 풀을 키워서 농사가 될 것 같으면 내가 벌써 했지.""재미있는 농사 하시는데, 그렇게 하면 농사 망해요.""농사 몇 년이나 해봤소? 풀씨 날리고 벌레 꼬이게 하지 말고 비닐치고 약 쳐요."잡초는 무조건 없애 버려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관행농(비닐, 화학비료, 농약)을 따르는 농부들에게 '풀과 함께'하는 농사를 이해시키기는 무척 어렵다. 잡초는 뿌리째 뽑아 없애야 할 하찮은 풀이라는 것. 이는 우리 사회에서 생각이 다르면 '종북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고 손가락질하는 것과 같다.
광합성 위해 치열한 경쟁작물을 풀과 함께 키우면 병충해가 생기고, 수확량이 줄어들지 않느냐고 많이 묻는다. 이 말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식물은 햇볕을 흡수한 뒤 물과 이산화탄소로 광합성 해서 생육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광합성은 식물이 성장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광합성을 두고 식물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밀려난 풀은 소멸하거나 정착할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
자연에서 생존 방식을 터득한 풀은 뛰어난 광합성 능력을 갖춘 반면에, 인간의 필요에 의해 육종(育種)기술로 유전자가 개량된 작물은 야생의 풀보다 광합성 능력이 떨어진다.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는 작물은 풀과 함께 자라면 백전백패로 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농사는 풀을 없애는 방법으로 검은 비닐과 제초제를 널리 사용한다. 검은 비닐과 제초제는 흙 속의 생물들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토양 먹이 그물을 무너뜨린다. 그것은 곧 병충해 방어벽을 없애는 것으로, 작물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