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지역구를 늘인다? 의석 수를 늘인다?... 어느 하나 쉽지 않아 농어촌 지역의 박탈감과 저항을 줄이기 위해 하한선은 높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상한선을 더 내려야 하고, 대도시 선거구는 더 잘게 쪼개지게 된다. 무엇보다 이럴 경우 지역구 숫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지역구를 늘이면 그만큼 비례대표를 줄일 것인가? 가뜩이나 비례대표 숫자(54명)가 적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이 또한 정치개혁과는 역행된다.
물론 전체 의원 수(현재 300명)를 늘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국회의원 수의 하한(200명)은 정해져 있지만, 상한선은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민정서를 설득해야 한다. 가뜩이나 여의도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문제다.
현실적으로 통폐합 예상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의 경우 그야말로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넘게 시간이 남아있다 해도 과연 정치권에서 선거구 조정을 원만하게 해낼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오히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파국이 올 수도 있다. 이 참에 선거구 획정 권한을 국회에서 선관위나 다른 독립적 기구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선거구제 개편론의 재부상 이런 복잡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표의 평등성을 높이는 취지도 살리면서 정치개혁의 방향성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 정치똑바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 의원은 헌재 선고 즉시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정치개혁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획정의 변화는 선거제도의 변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결선투표제 도입 등 차제에 한국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포괄적인 선거법 개정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거구제 개편론은 개헌론과 함께 대표적인 정치개혁 의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론이 나오고 있는 현재, 선거구제 개편론이 부상하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이번에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설득력이 크다. 개헌론과 선거구제 개편이 결합될 경우 그것이 미칠 영향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제 헌재의 결정으로 유권자 표의 평등성은 확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정치개혁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역행할까?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