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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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지방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논란이 된 주민세와 자동차세의 인상은 물론 재산세 대폭 인상 내용도 포함됐다. 재산세의 경우 조세저항을 우려해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월세 급등 등 최근의 상황으로 미뤄볼 때 재산세 인상도 결국 세입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2012년 5월 23일,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 관련 "국제유가와 가스의 가격이 상승해 전반적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비단 이때만도 아니었다. 정부와 공기업들은 각종 공공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유가 및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서민의 생계를 위해 인상폭을 최소화하겠다는 것과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더불어 원가와 물가 연동제를 내세워 마치 유가와 물가가 떨어지면 다시 공공요금을 인하할 것처럼 강변해왔다. 물론, 믿는 서민들은 없었지만.
"최근 이례적으로 낮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물가상황과 관련,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억제되었던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긍정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봄. 아울러, 최근 부각되고 있는 공공부채 부담의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임."2013년 7월 2일 한국은행 제11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일부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내수 침체가 이어지자,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물가 인상폭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국은행과 정부는 앞 다퉈 낮은 물가가 성장 동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저물가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강변하기 시작했다. 29일 201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으로 저성장과 엔저, 저물가를 언급했다.
모순의 극치를 보여주는 공공요금 인상의 이유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공공요금 인상 뒤에는 이러한 인식이 깔려 있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저물가에서 벗어나고 공기업의 각종 부채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지나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는 방법은 서민들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또 국제 유가와 원자재 상승이 있을 때마다 공공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던 공공기관과 정부가 국제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공공요금 인상하는 것은 모순의 극치다.
공공기관의 적자 타령도 후안무치하기 이를 데 없다. 도로공사 빚은 26조 원에 달한다.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7%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렇게 늘어난 적자는 무분별한 도로의 개설과 700억 원 성과급 잔치, 휴게소 입찰 비리가 빚어낸 산물이다.
수자원공사도 상·하수도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빚의 대부분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한국가스공사나 한국전력의 적자는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요금체계가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듯 대다수의 공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더 한심할 때는 이런 곳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다. 이런 행태를 방치한 채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공기업 적자를 메우겠다는 발상이 대통령이 말한 비정상의 정상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적자라면서, 그래서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는 공공기관 보수를 3.8%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3년간 최고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의 보수를 인상하며 민간의 임금인상을 유도해 내수 경기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그러나 너무 궁색한 변명이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후부터 줄곧 부르짖은 '기업과 부자들이 돈을 많은 벌어야 서민들도 살기 편하다'는 '낙수 효과론'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통령의 공기업 혁신 시정연설, 오히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