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프랑켄슈타인> 티저 포스터
연극열전
시계를 두어 달 전으로 돌려본다. 대학로를 함께 걷던 H군이 연극 <프랑켄슈타인> 티저 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괴물이지? 괴물이 뭐 이래!" H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만사에 시니컬한 태도로 일관하며 대상이 누구든 상대의 질문에 세 마디 이상 응대하는 법이 없는 방년 18세 초절정 차도남이다. 다시 돌아와 그의 말을 풀이하면 이렇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이름이지? 괴물 나오는 공연 포스터가 왜 이렇게 고운 거야!"
H군의 뜻밖의 관심발언에 물음표와 마침표 사이에서 갈등하다 어중간한 억양으로 "응"이라 답하곤 왠지 모를 찝찝함이 밀려와 "사실은 괴물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박사 이름"이라며 오해를 풀려다 그만뒀다. 대신 두 달 뒤 H군과 동반 관람을 감행했다.
H군은 공연을 관람하는 두 시간 동안 두 차례 자세를 교정했다. 관찰 경험상 이는 좌석과 좌석 사이 좁은 간격에 긴 다리를 억지로 구겨 넣어 공연이 진행될수록 배가되는 불편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러닝 타임을 견뎌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