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도의를 닦고 함께 거하며 본이 되는 사람을 선배로 뽑아 그 걸음을 따랐다. 사진은 새들마을학교 여름들살이.
새들마을학교
멀리서 배울 것을 찾지 않았다. 내 눈앞의 사람, 나와 일상을 같이 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웠다. 선배로부터 배운 화랑은 나라에 충성하고(사군이충), 부모에 효도하고(사친이효), 벗을 나와 하나로 여기고(교우이신), 겨레를 위해 생명을 바치고(임전무퇴), 생명을 소중히 여겼다(살생유택). 관계의 도와 책임을 알았다. 고구려는 선배를 통한 배움으로 중국으로부터 삼국을 보호했고, 신라는 삼국을 통일했다. 우리나라 통일의 첫 역사를 열었다.
김부식은 화랑 정신을 버렸다. 관계와 삶에 기반을 둔 배움을 버리고 사대를 택했다. 그리고 고려 광종 때 과거제를 시행하며 우리 교육은 '문', 글자 중심의 입시 교육으로 변질되었다. 앞선 이로부터의 살아 있는 가르침 대신 중국에서 건너온 책, 죽은 가르침을 외우기 시작했다. 유학의 본질은 관계의 도다. 하지만 사대주의 안에서 유학의 본질이 아닌 대국의 유학을 받아들였다. 과거제도 자체는 필요할 수 있다. 입시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계 안에서의 검증은 버리고 글자의 우열로만 인재를 뽑게 되며 문제가 생겼다. 학교는 책상머리에 앉아 입시를 준비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친구는 경쟁자가 되었다. 국가에 대한 굳은 신앙으로 생사를 가벼이 여겼으며, 세속의 일과 세상 인정에 구애받지 않고 몸을 공익에 잘 바쳤으며, 평일의 노고를 통하여 신체를 잘 단련하고, 전란에 나아가는 데 용감하였던 선배들(<고려공도>(서긍))이 사라졌다.
그것이 지금의 교육 뿌리까지 닿아 있다. 우리 교육은 고지론과 문자적 권위의 숭상으로 병들어 있다. 본성이 착한 우리 민족은 마음 깊이 홍익인간을 품고 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유도, 법조인이 되고 싶은 이유도, 사업가로 성공하고 싶은 이유도,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은 이유도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라도 한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부자가 되어야 하고 서민을 섬기기 위해 높은 지위에 올라야 한다. 큰 인물이 되어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하자는 것이다. 홍익인간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려면 지금 내 친구의 어려움에는 눈을 감으라고 한다. 그저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외우고 문제를 풀고 또 푼다. 배움은 관계가 아니라 글을 통해 이루어진다. 글로 연애를 배웠다고 농을 할 정도로 관계와 만남은 소홀해졌다. 지금 내 옆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선배제도는 홍익인간을 가장 잘 구현하기 위해 고조선부터 내려오던 교육 방식이었다. 지금 내 옆의 관계를 책임지고 이롭게 하는 것이 인간 세계를 전체를 책임지고 이롭게 하는 것과 같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내 옆의 관계를 책임지고 이롭게 하고, 그 안에서 배웠던 이들이 나라의 운명을 맡아 책임졌다. 고구려의 선배제도인 조의선인에 대해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