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수강생들.
김영숙
녹청자 박물관은 2002년에 개관했다. 인천에서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고 있는 강화와는 달리 서구 지역에는 문화재가 거의 없다. 서구는 지역민들에게 좋은 녹청자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박물관을 '경직된 곳'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애썼다.
"옛 경서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해 개관하다보니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느꼈어요. 처음엔 사료관으로 출발했어요. 1층은 전시실, 2층은 체험실로 운영했는데 체험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2010년에 지금의 박물관을 신축해 재개관했습니다."지금의 녹청자 박물관 1층에는 역사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있다. 2층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강의실이 있다.
"우리 박물관의 특징은 체험학습을 위주로 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도자기를 전공하신 선생님들이 상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도 이런 박물관이 많지 않아요."상설 교육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다. 성인 대상 도예 정규과정을 월 단위로 운영하는데, 주중 평일 낮시간대에 수업한다. 다른 하나는 하루 체험학습. 주중에는 학생들이 단체로,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참가한다. 방학에는 학생 50명을 모집해 3일간 물레 성형을 하고 유약을 발라 가마에 넣어 굽는 특강을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수강생들이 창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수강을 문의하러 온 방문객은 '대기자가 많다'는 대답을 듣고 돌아가야만 했다. 수강생 작품 전시회를 1년에 한 번 열기도 하는데, 도록을 보니 실력이 뛰어난 것 같았다.
"3년 이상 계속 수강하는 사람이 많아요. 꾸준히 배운 사람들은 전문 도예가의 실력에 버금가기도 하고요. 작품들을 집에서 사용하거나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합니다."수강생들은 '이곳에 와서 작업하면 모든 걸 잊고 몰입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전공자는 거의 없지만 꾸준하게 만들어 개성 있는 작품으로 개인전을 여는 수강생도 있고, 공모전에서 입선하는 이도 있다.
이 실장은 예술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도예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도 도예과에 입학했다. 그에게 도자기의 매력을 물었다.
"30년 넘게 도자기를 만들어왔는데, 지금도 어려워요. 도자기는 서툴게 만들어도 그 나름의 흙의 질감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자신의 노동으로 흙을 빚고 모양을 만들어 완성품이 나오잖아요. 노동의 결과로 작품 하나가 나오는 거니까 그 의미가 크죠. 도자기를 '흙과 불의 예술'이라고 해요. 거기에 수분이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왜냐면, 도자기를 만들려면 수분이 있는 점토를 사용하는데 수분이 증발하면서 부피가 줄어 깨지기도 하거든요. 조건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어 예상과 다른 결과물이 도출되기도 하는데, 그게 매력일 수도 있고요."우리 찻그릇에 담긴 여유(餘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