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졸업식’ 둘 째날 각 학교에서 온 나홀로 여러 어린이들이 친구가되어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희훈
박하람(경북 울릉, 천부초등학교)양과 김하나(전북 완주, 봉동초등학교)양은 두 손을 꼭 붙잡고 인솔 선생님 뒤를 따랐다. 손을 꼭 잡은 채 단풍도 보고 할로윈 파티를 위해 우스꽝스럽게 꾸민 정원을 구경했다. 두 친구가 제일 먼저 탄 놀이기구는 '범퍼카'다.
하람이는 범퍼카를 타는 5분 내내 여기저기 박치기를 했지만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하람이는 이번이 에버랜드 첫 나들이다. 매번 설날에 '경주월드'를 갔었지만 에버랜드를 다녀온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했다.
"에버랜드 다녀온 친구가 티익스프레스를 꼭 타라고 추천했어요, 90도로 꺾이는 롤러코스터라는데 선생님이랑 꼭 타고 싶어요." 김하나양의 어머니 김수진씨는 하나가 엄마 없이도 '더불어 졸업식'에 참석한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이 마냥 뿌듯하다.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많은데 새로운 곳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도 잘 지내니 보기 좋네요. 우리 딸은 어느 곳에서나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하태영(충북 보은, 수정초등학교)군은 인솔 선생님의 손을 잡고 바이킹 기구로 향했다. 바이킹에서 제일 안 무섭다는 배 중간 쯤에 앉았지만 옆에 앉은 선생님이 소리를 질러 기구를 타는 내내 웃음보가 터졌다. 태영이는 "중간은 좀 시시해요"라며 "1시간 30분을 기다리더라도 스릴 넘치는 티익스프레스를 타자"며 선생님을 보챘다.
다음 놀이기구를 타러가는 길목마다 달콤한 음식냄새가 나자 친구들과 돈을 보태 요깃거리를 사먹었다. 이날 태영이는 머리털 나고 '츄러스'를 처음 먹어봤다. 츄러스를 반으로 잘라 선생님에게 주면서 말했다.
"쌤, 이거 찹쌀떡에 시나몬과 설탕가루가 뿌려진 음식인데 드세요."이주연(30) 인솔 선생님은 아이들 6명을 데리고 다니며 기구 두 개를 타 힘들지만 기구 하나라도 더 타려는 아이들 눈빛을 보고 힘을 냈다. 이 선생님은 "지방에서 서울까지 나오는 일이 흔한 일이 아닌 만큼 에버랜드에서 아이들이 많이 즐기다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졸업식' 열어준 <오마이뉴스> 고맙습니다" "나는 <오마이뉴스>가 계획한 '더불어 졸업식' 덕분에 평소 오지 못한 서울에 오게 되었다. 다시 오고 싶다. 오늘 나홀로 졸업여행에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어 좋다. 여러 프로그램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앞으로 새로 사귄 친구랑 자주 통화할 것 같다. <오마이뉴스>가 너무 고마웠다." (구정희, 수정초등학교 삼강분교, 충청북도 보은군)"나홀로 졸업여행을 처음으로 체험해 보았는데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내일이면 새로운 친구들과 헤어지니깐 아쉽다. 오늘 막 친해졌는데. 다음에 또 다시 와서 이 친구들을 만나면 좋겠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 내일 가는 것이 아쉽다." (오준석, 삼봉초등학교 난지분교장, 충남 당진시)이날 일정은 다음날 1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일정을 마친 아이들은 자기 전 '더불어 졸업식' 소감문을 썼다. 이틀 내내 소리지르고 떠들었지만 감상문을 쓸 때는 사뭇 진지했다. 아이들이 쓴 감상문 여기저기 고마움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방에서 학생들을 데리고 온 선생님들도 행사를 주최한 <오마이뉴스>에 감사를 표했다. 선생님들은 평소 6학년 제자들이 같은 나이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여러 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고 한다. '더불어 졸업식'이 2박3일 동안 진행돼 좋았다고 했다.
서영숙(58) 교사는 "내가 데려온 태현이는 평소에 나에게 '혼자여서 외롭다'고 종종 말했다"며 "여기 와서 수민이랑 같이 다니고 에버랜드에서 친구들과 놀이기구를 타고 다니는 걸 보니깐 보기 좋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이 행사가) 작은 학교를 다닌 아이들한테는 너무 좋은 기회다"라며 "정말 세심한 배려였다"고 덧붙였다.
전은현(43) 교사도 "올해 1학년 '나홀로 입학생' 행사를 다녀온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있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며 "작은 학교라서 졸업여행을 따로 기획하지는 않아 마음 한켠에 미안했었다"고 말했다.
또 전 교사는 "학교가 작다보니 또래가 별로 없어서 상급 학교에 진학하면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데 힘들어 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여기 와서도 학생들이 처음에는 서로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는데 차츰 사이 좋게 지내는 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