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한 에어비앤비 숙소전문 임대업자가 운영하는 이 숙소는 집주인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신희완
UNWTO(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1950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여행객은 약 2500만 명이었다. 이 수치는 지난 2013년 약 10억 명으로 늘어났고, 2030년에는 18억 명이 여행을 하게 되리라 예상된다. 여행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여행 방법이 다양해질 뿐만 아니라 여행지의 풍경도 많이 바뀌고 있다.
지난 여름 베를린은 수많은 여행객들로 붐볐다. 이전의 여행 풍경과 많이 달라진 모습은 지도를 보며 호텔과 호스텔을 찾아가던 사람들이 이제는 스마트폰을 보고 혹은 전화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어떤 집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카우치 서핑의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른 강자 '에어비앤비'에어비앤비(Airbnb) 서비스는 더 이상 여행객들이 호텔, 호스텔에서 지내며 완전한 외지인으로 지내거나 카우치 서핑(현지인이 숙소를 제공하고, 여행자들은 여기에 머무는 일종의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에 의존하여 현지인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아닌, 정당한 요금을 바탕으로 현지인의 집에서 지내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남는 방으로 용돈벌이를 하려는 이들 위해서도, 호텔이 아닌 현지인의 경험을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모두 이득이 되는 서비스다.
"단지 겨우 한두 시간 방문하는 이들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나의 동네를 떠나야만 하나요? 이것이 공정한 것인가요?" - Bye Bye Barcelona 중에서 '바이 바이 바르셀로나(Bye Bye Barcelona)'라는 다큐멘터리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동시에 급격히 성장한 관광업이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다. 약 1시간에 달하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점차 관광객이 증가하며 구시가지에 살던 사람들이 증가하는 숙박업과 관광 산업으로 인해 어떻게 자신들의 이웃을 잃고, 자신이 수십 년간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관광 산업을 촉진시키기 위해 변경된 도시계획과 법이 어떻게 기존의 이웃사회를 완전히 망쳐놓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한 주민은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한두 달 머무를 관광객들로 인해 수년간 그리고 수십 년간 살면서 가꿔온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상황이 올바른 상황인지 우리에게 되묻는다. 적게는 1가구 많게는 20가구가 집으로 이용하는 것과 수천,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숙소로 활용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고 가치가 있는지 우리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
자본주의 시대가 받아들인 공유 경제는 다른 이들과 정보와 잉여가치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법적 절차를 넘어서 개인이 초국적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상업 행위를 하며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문화, 삶 그리고 법적 체계 등과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베를린, 파리, 런던 등지의 대도시에서 개인차량을 택시로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인 우버(Uber)에 항의하는 택시 기사, 택시 노조의 시위가 있었다. 에어비앤비라는 주거 공유 플랫폼은 세금 문제로 각국 정부의 세금 정책 자체를 흔들며, 서비스에 대한 원천적 봉쇄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다. 서울시는 우버를 통한 영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했으며, 동시에 불법 운영 신고시 포상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지난 10월 초 함부르크 시와 베를린시에서도 우버 팝(Uber Pop) 등에 대한 영업 금지 판결을 내렸다.
앞서 말했듯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의 공유 플랫폼은 그동안 카풀을 통해 남은 좌석을 비슷한 목적지를 향하는 이들이 함께 공유하거나, 카우치 서핑으로 남아있는 방 구석의 소파를 빌리는 식의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택시 운행 자격증, 호텔 영업 자격 등과 같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기존 체제 속으로 누구나 진입하여 유사한 상업 행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고, 또한 잉여가치를 다른 이가 이용하게 하며 적당한 대가를 받는 있는 플랫폼이다.
큰 집을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함께 월세를 내며 사는 공동주거문화(독일어의 주거공동체 WG, Wohngemeinschaft)나 히치하이킹이나 자동차 공유(독일어의 Mitfahren) 문화가 아시아권에 비해 비교적 일찍 자리잡힌 서구 사회에서는 한국 사회에 비해 우버나 에어비앤비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뚜렷하게 표출되고 공론화 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현지인 숙소? 주인은 전문임대업자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