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용산전망대에서 바라 본 아름다운 일몰
순천시청
생태도시 순천, 다른 듯 닮아있는 여수와 광양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주인공 '해태'는 고향 순천이 호남과 영남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면서, 갯벌이 넓게 펼쳐진 철새들의 보금자리라고 자랑을 한다. 곧바로 여수 여인은 여수공항을 내세우며 돌산대교와 갓김치로 반격한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순천을 소개할 때, 단 번에 못 알아들을 때면 '여수 위'라고 소개해본 것이 비단 혼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여수에는 산업단지가 있고, 광양에는 제철소가 있으며 순천에는 산업단지와 제철소에 다니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순천, 여수, 광양은 호남 특유의 지역색으로 묶여있는 반면에, 보이지 않는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특색 있는 문화권이다.
서울에서는 편 가르기를 할 때 '데덴찌'하며 구호를 외친다. 순천, 여수, 광양은 지리적으로 매우 근접해 있으나, 편 가르기 구호조차 전혀 다른 것이 신기하다. 순천은 '우라우무때 때때로 때', 여수는 '모랄 모랄 센치', 광양은 '오라이 모라이 땡'이라고 한다. 각 지역마다 이렇게 복잡했던 구호를 서울에서는 '데덴찌'라는 단 세 글자로 해결해버렸다. 당연히 사투리도 비슷한 듯 달랐다.
순천에 '청소골 계곡'(어린 시절, 순천교도소 근처 분교에서 학교별 야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이 있다면 광양에는 '옥룡 계곡'이 있고, 순천에 '국제정원박람회'가 있다면, 여수에는 '해양엑스포'가 있다. 이렇게 '우리 동네에는 뭐가 있다 없다'를 가지고 한참 다툼을 하다가도, 타이거즈의 야구 경기나 드래곤즈의 축구 경기에는 모두 하나가 된다.
광양에 축구 전용구장이 생기고, '전남 드래곤즈'가 창단했을 초창기만 하더라도 순천 팔마체육관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도 경기를 했었다. 농구 선수 에릭 이버츠가 활약했던 '골드뱅크팀'이 여수를 홈으로 자리 잡았을 때는 꽤 많은 농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노란 막대 풍선의 '해태 (기아) 타이거즈'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 순천, 여수, 광양 사람들 모두 잠자리에 들 때는 결국 '민병대' 아저씨의 별밤을 들었었지. <야심만만> 같은 SBS 예능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으면, 뜬금없이 지역방송 시골 다큐멘터리가 나오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