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9월 4일 오전 여의도에서 열린 '대인지뢰의 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촉구 집회에는 많은 수의 지뢰피해자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낸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지뢰피해자인 사진 속 할머니의 왼쪽발은 의족이다.
홍성식
한국의 지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마련한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는 것이다. '오타와협약'이라고 불리는 이 국제법은 1997년 12월에 성립되어 현재 162개국이 가입하고 있다. 오타와협약의 가입국은 지뢰의 생산과 사용, 수출 등을 금지하고 4년내 비축지뢰의 파괴, 10년 이내 매설 지뢰 제거, 이웃나라의 지뢰 문제 지원 등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당시에 한국을 예외조항에 넣어주면 한국과 함께 가입하겠다고 말했고,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6년 이내에 대체무기를 개발한 후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9년 10월 퇴임을 앞두고 "내가 대통령으로서 경험한 가장 큰 절망은 가장 양심적인 대인지뢰금지협약에 조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우방인 한국방어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뢰를 계속 사용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의 부시 정부는 소위 '스마트 지뢰'라고 불리는 자폭장치가 부착된 대체무기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지뢰정책을 발표해 오타와조약의 가입에 대한 약속을 뒤집고 말았다. 다만 M14 플라스틱 지뢰와 같은 탐지 불가능한 재래식 지뢰는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이웃나라들에 대한 지뢰관련 원조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정부 대표는 2009년부터 오타와협약의 가입국회의에 참석했다. 2010년 가입국회의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오타와조약 가입을 위한 검토를 시작했음을 암시했다. 또 미국은 오타와협약의 의무규정의 하나인 지뢰기금의 제공에 있어서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원을 지뢰제거 및 피해자 구원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지뢰금지운동이 시작된 1993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정부는 약 2조 3천억 원을 캄보디아, 앙골라, 아프카니스탄 등에 지원했다. 특히 미군이 매설한 베트남의 지뢰제거와 피해자 지원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2012년 12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오타와협약 가입국회의에 참가한 미국정부 대표는 오바마 정부의 지뢰정책 검토가 "곧(soon)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가입이 임박한 것처럼 표현했다.
그러나 미국정부가 말한 '곧'은 '2년'이라는 세월이 되었고, 지난 5월 26일 모잠비크 마푸트에서 개최된 유엔회의에 참가한 미국대표 그리피스 대사가 "미국은 가입국이 아니지만 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어떤 대인지뢰도 갖지 않을 것이며 조약에 따른 문제의 해결책을 성실히 모색하여 가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의 비축지뢰의 폐기방침을 확인하면서 지뢰사용의 포기에도 불구하고 한국방어의 강고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9월 23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 한국 때문에 오타와협약의 가입을 유보한다고 발표해 실망을 주었다.
한국이 오타와협약에 가입 못하는 진짜 이유비록 미국이 한국에서의 지뢰사용을 이유로 오타와협약의 가입을 유보했지만, 오마바 대통령은 "지뢰는 불법적(illegal)이고 무차별적 살상을 가하는 무기이다. 왜냐하면 무장분쟁이 끝난 후에도 그 치명적인 전쟁무기에 의하여 시민들이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 지뢰 포기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사실상 비축지뢰파괴, 매설지뢰제거, 지뢰관련 원조 등의 오타와협약의 규정을 모두 지키기로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오타와협약에서 빠진 대천자지뢰의 사용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미국정부는 오타와 협약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견디기 힘들 것이고, 한국정부가 재래식 지뢰사용의 필요성을 이유로 버티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한국은 재래식 지뢰를 대체할 다량의 스마트지뢰를 수입하고 있고, 한국형 신형지뢰를 생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입이 어려운 유일한 이유는 의무조항인 지뢰제거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국방부가 현재의 능력으로는 지뢰 제거에 400여 년 이상 걸린다고 했으니, 오타와협약의 '10년 내 제거'가 문제인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하는 재래식 지뢰의 제거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지뢰로 황폐해진 자연을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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