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억새꽃
온케이웨더
상강은 특히 농사력으로는 이 시기에 추수가 마무리되는 때이기에 겨울맞이를 시작해야 한다.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을 보면 상강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다.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半夜嚴霜遍八紘 肅然天地一番淸 望中漸覺山容瘦 雲外初驚雁陳橫 殘柳溪邊凋病葉 露叢籬下燦寒英 却愁老圃秋歸盡 時向西風洗破觥)."중국에서는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설명했다. 이를테면 초후(初候)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 중후(中候)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이며, 말후(末候)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한다.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도 한로와 상강에 해당하는 절기의 모습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현한 것을 보아 중국의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서리는 밤사이 기온이 0℃ 이하로 내려갈 때 자주 발생한다. 또한 맑고 바람이 없으며 밤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날에 내리기 쉽다. 맑고 춥더라도 바람이 강하면 수증기를 쓸어가기 때문에 서리는 생기지 않는다.
특히 이 무렵이 되면 대개 농촌의 들녘은 가을걷이로 분주하다. 벼를 베고 타작을 하며 벼를 베어낸 논에는 다시 이모작용 가을보리를 파종한다. 밤·감과 같은 과실을 거두어들이며 조·수수 등도 수확한다.
한 해 농사 마무리하는 때, '국화전'·'국화주' 등이 제철음식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정성들여 가꾼 것을 이때 비로소 거둬 들인다. 그야말로 수확의 계절이요,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때가 바로 상강이다.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 '상강 90일 두고 모 심어도 잡곡보다 낫다'가 있다. 상강은 10월 하순경이라 이보다 90일 전인 7월 하순 모내기는 늦기는 하지만 그래도 벼농사가 다른 잡곡보다 낫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식량사정이 극도로 어려웠던 옛날 남부지방에서 벼농사를 중요시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또 다른 속담으로는 '한로 상강에 겉보리 파종한다'가 있다. 북부 산간지방에서는 보리의 안전월동을 위해 한로 때(양력 10월 8일경) 보리파종을 해야 하며 늦어도 상강(양력 10월 23일경) 전에는 파종을 마쳐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