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긁어 주세요.가이드가 한 박쥐의 배를 긁어주자 옆의 박쥐가 앞발을 내밀고 있다.
노시경
이 거대 박쥐들은 사람들에게 완전히 길들여져 있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어느 박쥐 한 마리의 배를 손으로 쓰다듬자 그 옆의 박쥐가 자기도 앞발을 내민다. 자기도 좀 쓰다듬어 달라는 것이다. 애완용으로 길러지면서 이미 사람의 손을 너무 많이 탄 박쥐들인 것이다. 박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줄이 묶여 있는 것도 아닌데, 도망도 가지 않는 것은 알라스 크다톤에서 어릴 적부터 사람 손에 길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원숭이 공원을 모두 돌고 나오자 우리를 인도하던 가이드 아주머니의 행동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가이드는 이제 우리 가이드의 본론이라는 표정으로 자기가 운영하는 옷가게로 우리들을 데려간다. 그러면서 이 원숭이 공원에 오는 여행자들은 '필히 이 옷가게를 들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심 불쾌했지만 불쾌한 기색을 그녀에게 보이지는 않았다. 나와 아내는 인도네시아 수공예 직물인 바틱(Batik) 제품이 가득한 그녀의 가게를 둘러본 후 옷이 참 예쁘다며 웃고 나왔다. 어느 상황에서도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는 것은 이로울 게 없는 행동이다.
아내는 원숭이들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나름대로 원숭이 공원의 원숭이들과 거대 박쥐들을 마음껏 둘러본 것이 즐거웠다. 나는 뭐든지 새로운 이국 풍광과 전에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처음 접하면 즐거움의 향연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잠시 헤어졌던 발리 친구 아롬을 다시 만나 발리 바닷가의 석양을 만나러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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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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